'재력가 살인청부' 김형식 시의원 첫 공판…"혐의 부인"(종합2보)
검찰 "교사죄는 실행한 사람 진술이 직접증거"
김 의원 측 "생활고 시달리던 팽씨 단독범행…검·경 원점부터 재조사해야"
출석한 팽씨 "친구 부탁에 그만…평생 속죄하며 살겠다" 증언하며 눈물
- 류보람 기자
(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 20일 수천억원대 재력가를 살인교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형식(44) 서울시의원에 대해 열린 첫 공판에서는 검찰과 김 의원 측 사이에 팽팽한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남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박정수)는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12명을 선정하고 11시부터 본격적인 공판기일을 시작했다. 이번 재판은 김 의원 측의 요청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다.
김 의원은 지난 2010~2011년 재력가 송모씨로부터 빌딩 용도변경 청탁 대가로 5억여원의 금품과 접대를 받았지만 도시계획 변경안 추진이 무산되자 10년지기 친구인 팽씨를 시켜 송씨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 7월22일 구속기소됐다.
수사 과정에서 팽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한 반면, 김 의원은 혐의를 부인해 온 만큼 법정에서의 날선 공방은 예고된 일이었다.
이날 모두 진술에서 검찰은 "교사죄는 실제로 범죄행위를 한 사람이 누군가 자신에게 범행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진술을 통해 밝힐 수 있다"며 "진술 증거가 직접증거"라고 말했다.
검찰은 "(범행을 실행한)팽씨는 피해자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팽씨는 김 의원으로부터 부탁을 받아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으며 진술은 수많은 증거를 통해 사실임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의원이 돈을 받는 대가로 피해자에게 토지용도변경을 약속했지만 어려워지자 피해자가 로비를 폭로해 자신의 정치생명이 끝날 것을 우려한 점이 강력한 범행 동기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범행 후 팽씨와 대포폰과 공중전화로만 연락한 사실 ▲범행에 실패했던 지난 2월 새벽 시간에 팽씨와 긴 시간 통화한 사실 ▲팽씨에게 범행을 독촉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사실 ▲경찰서 유치장에 있는 팽씨에게 3장의 쪽지를 건네준 사실 등을 객관적 증거로 제시했다.
반면 오후 재판에서 김 의원은 여전히 검찰의 진술 내용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고 짧게 답했다.
김 의원 측 변호인은 이어서 김 의원에게 누군가를 살해하도록 지시할 만한 동기가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숨진 송씨는 자신의 건물의 용적률과 증축 허용 범위 등을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고 토지 용도변경에는 5~10년의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당선 4개월밖에 안 된 초선 시의원에게 수억을 주며 용도변경을 지시할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그러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팽씨가 예식장을 운영하는 송씨가 일요일에 현금을 갖고 있다는 점을 노린 단독범행이라는 주장을 폈다.
변호인 측은 팽씨가 송씨를 둔기로 가격한 후 뒷주머니의 돈과 손가방을 확인한 점, 칼 대신 금고를 뜯을 때 쓰이는 전기충격기와 손도끼를 가져간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팽씨가 범행 뒤 작성한 유서와 김 의원에게 보냈다는 문자메시지는 검찰이 유죄 증거라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김 의원이 지시하지 않았다는 반대 증거라며 "원점부터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 측에 따르면 팽씨의 유서에서는 "지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 문자메시지에서는 "친구가 잘 모시는 후원자를 살해했다는 죗값은 내가 짊어지고 가겠다. 돈이 뭔지 미쳤나 보다"라는 내용이 확인됐다.
이들은 "장부에서 시의원인 김형식의 이름이 나오니 경찰에게는 야당 시의원이 살인교사를 했다고 하면 너무나 드라마틱하고 멋진 일"이라며 "다른 명확한 증거도 없이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뒤이어 범행을 실행한 팽모(44)씨 역시 재판정에 출석해 증언했다. 팽씨는 김 의원의 사주로 지난 3월3일 새벽 피해자 송모(67)씨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팽씨는 검찰의 신문에 평소 가깝게 지내 오던 김 의원이 2012년부터 "힘들다. 피해자를 살해하고 차용증을 찾아와 달라"는 부탁을 해 왔다고 진술했다.
이후 김 의원과 함께 피해자의 사무실이 있는 빌딩 주변을 답사했는데, 김 의원이 주변의 CCTV 위치와 사무실이 잘 보이는 곳까지 알고 있었다며 범행 의도가 분명히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팽씨는 김 의원이 망설이는 자신에게 "송씨가 평소에도 원한관계가 많아 현장에서만 잡히지 않으면 별다른 관련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수사대상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 설득했다면서 "가장 가까운 친구가 당시 너무 힘들어하기도 했고, 생활비 등을 자주 빌렸기 때문에라도 (범행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금품을 노린 팽씨의 단독 범행이었다는 김 의원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범행 이후 찾아간 찜질방 인근에 차용증과 함께 있던 50~60만원을 버렸다는 점을 언급했다.
팽씨는 "돈이 목적이었으면 다 들고 왔을 것"이라며 "차용증인 줄만 알았고 그 돈을 쓰기가 너무 겁이 나서 피 묻은 옷과 함께 전봇대 옆에 놓인 쓰레기봉투에 버렸다"고 말했다.
이날 팽씨는 진짜로 피해자를 숨지게 할 의도는 없었다는 점 역시 언급했다.
팽씨는 "도끼날이 아닌 등으로 송씨를 친 것은 숨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였다"며 범행 후 중국으로 도피한 뒤 죄책감과 '혼자 안고 가겠다'는 생각에 4번이나 자살 시도를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김 의원이 범행 이후 전화를 하면 혼자 해결하고 묵비권을 행사해 주길 바라는 태도를 보였다며 "내가 알던 친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배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팽씨는 이날 범행 현장 CCTV 영상이 재판정에서 상영되는 동안 내내 훌쩍이며 눈물을 흘렸다. 팽씨는 재판 말미에 "친구와의 의리때문에 아무 상관 없는 고인에게 그렇게 했다"며 "평생 속죄하며 웃지 않고 살겠다"고 말했다.
21일 이어지는 재판에서는 팽씨에 대한 변호인측 신문과 검찰과 변호인의 재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국민참여재판은 집중심리를 거친 뒤 법적 구속력이 없는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을 참고해 재판부가 당일 선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김 의원의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의 충분성 여부를 두고 양측의 의견이 팽팽한 점과 신청된 증인이 많은 점을 고려해 재판부는 6일간 집중심리를 거쳐 선고하기로 했다. 재판은 오는 27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6일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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