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간첩 증거위조' 국정원 등 대상 수사전환 배경

협조자 김씨, 유서·진술 통해 국정원 연루 폭로
검찰, 수사팀 전환해 본격 수사 착수
국정원, 김씨 검찰 진술 '입맞추기' 정황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한 검찰조사 후 자살을 시도한 국정원 협력자 김모씨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수술을 마친 뒤 중환자실로 이동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가정보원 협조자였던 김모(61)씨의 자살시도 및 유서 내용, 검찰 진술 등이 알려지면서 검찰이 국정원의 문건 위조 개입 여부에 대해 정식 수사로 전환하고 구체적인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 진상조사팀(팀장 노정환 부장검사)은 7일 "진상조사팀을 개편해 수사팀으로 전환한다"며 "조사팀을 담당해 온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이 직접 수사에 참여해 지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기존 수사팀에 공보 기능 등을 위해 담당하기 위해 권정훈 부산지검 형사1부장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제껏 진상조사라는 외형을 취하면서 사실상 수사를 벌여 왔지만 의혹이 확산됨에 따라 본격적인 수사팀 전환으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증거위조 의혹 사건의 핵심 참고인인 김씨가 국정원의 개입 정황을 밝히면서 국정원 등의 구체적인 법률 위반 혐의를 수사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검찰은 "위조에 관한 정확한 경위 등 규명할 부분이 남아 있다"며 "그 부분과 함께 문서가 어떤 경위로 어떻게 작성됐는지, 위조가 됐다면 가담자가 누구인지 등을 한 덩어리로 합쳐서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 등 사정당국에 따르면 공문서 위조 개입 혐의 등으로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던 중 자살을 시도한 김씨는 유서를 통해 국정원의 가담 정황을 폭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를 통해 가짜 문서를 구해 온 과정과 이를 위해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은 정황 등을 자세히 남겼다. 김씨는 국정원을 겨냥해 "협조했는데 왜 죄인 취급을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근혜 대통령 앞으로 "국정원을 개혁해달라"는 요구를 남겼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의원 등 야권 인사들에게는 유서에서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유우성씨는 간첩이 맞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도 국정원의 지시로 해당 문서를 구해와 건네줬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건넨 문건에 대해 국정원은 이미 위조된 문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싼허(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발급된 출입경기록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 문건을 작성하고 관인을 구해 날인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국정원은 검찰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위조 가능성이 제기된 해당 문건에 대해 "김씨로부터 받은 문건"이라고 밝혔다.

진상조사팀은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 감식을 통해 이 문건의 관인이 유씨 변호인 측이 제출한 문건의 관인과 서로 다른 사실을 파악했지만 국정원은 위조 가능성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실"이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김씨의 주장대로라면 국정원이 김씨에게 돈을 주고 적극적으로 위조를 사주했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내세운 검찰로서는 국정원의 개입 의혹에 대해 보다 철저하고 본격적인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국가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외국 공문서 위조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 외교 문제 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 외국 공문서 위조는 우리나라에서 사문서 위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고 국가보안법상 날조·무고 혐의도 받을 수 있다.

검찰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김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국정원과 김씨가 사전에 진술을 맞춘 듯한 정황을 파악했다.

김씨는 최초 소환 당시에는 국정원이 답변서를 통해 밝힌 입장과 같은 내용을 진술했지만 이후 조사를 통해 조금씩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위조 가능성을 알아내기 시작하면서 국정원이 김씨에게 '혐의 떠넘기기'를 하는 듯한 행동을 했고, 김씨는 이로 인해 강한 배신감을 느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국정원의 문서 위조 연루 및 사주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국정원이 제출한 또 다른 문건들에 대해서도 위조 가능성을 살펴볼 방침이다.

현재 유씨의 출입경 기록을 국정원에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또 다른 국정원 협조자는 중국에서 연락이 끊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관계자와 담당검사 2명에 대한 고발사건에 대해서도 현재 진상조사팀에 배당한 상태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유우성씨(34)의 출입경기록을 확보하는 과정에 관여한 주중 선양총영사관 근무 국정원 직원 이인철 영사와 수사·재판 과정에 참여한 검사 2명을 고발했다. 혐의는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다.

chind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