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나 몰래 예금 자동인출' 사기단 기소

6500명에게서 1억3000만원 가로채려다 적발
유령 IT업체 설립한지 13일 만에 범행 저질러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이정수)는 앱 사용료를 명목으로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예금을 빼내려 한 혐의(컴퓨터등사용사기 미수 등)로 신모(34)씨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카드결제대행업자 이모(34)씨를 불구속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개인의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만 알면 동의 절차 없이도 금융결제원을 통한 자동이체가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6500여명으로부터 1억3000여만원을 가로채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신씨는 지난해 11월쯤 '교직원 공제회 사기 사이트 사건'과 관련된 인터넷 뉴스를 보며 범행을 구상했다. 금융결제원의 계좌이체서비스(CMS)가 고객동의서를 확인하지 않는 것을 알고 유령업체를 만들어 돈을 빼내기로 계획했다.

신씨는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7만7000여명(11만4186건)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300만원에 사들였다.

신씨는 이후 범행을 함께 실행할 '동업자'를 모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이씨를 통해 강원 원주의 카드결제 대행업자 김모(35)씨를 소개받고, 다시 그를 통해 대부업자인 임모(40)씨와 연결된다. 신씨는 임씨에게 소개받은 또 다른 김모(34)씨를 '유령 IT업체' H사의 사장으로 내세운다.

신씨는 이씨와 카드대행업자 김씨에게 "범행에 성공하면 100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임씨에게는 5000만원을 주겠다고 해 범행에 끌여들였다. 임씨는 사장으로 나선 김씨에게 5000만원을 약속했다.

신씨 등은 지난달 15일 H사의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금융결제원 시스템에 2만987명의 개인정보를 업로드했다.

이후 수수료가 저렴한 3일이체 방식을 선택해 6539명의 계좌에서 1인당 1만9800원씩 1억2947만2200만원을 '대리운전 앱 사용료' 명목으로 출금을 신청했다.

3일이체 방식은 금융결제원의 출금요청 이후 개인계좌에서 각 금융기관의 별단계좌로 입금된 뒤 3일 이후 출금신청자의 계좌로 돈이 들어가게 된다.

이들이 출금을 신청한 것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8일. 검찰 관계자는 "연휴가 되면 사람들이 신경쓰지 못할 것으로 보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는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은 같은달 29일 출금 자동알림 메시지를 받은 일부 피해자들의 항의에 금융결제원이 출금을 중단하거나 환급 조치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금융결제원의 고발장이 접수된 직후 재빠른 수사에 나서 8일 만에 범행에 가담한 5명을 모두 체포했다.

검찰은 "KB국민·롯데·NH농협 등 카드3사 개인정보 유출과 이 사건은 관련이 없다"며 "개인정보 취득 경위에 대해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notep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