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묶인 자금' 돌린다는데…1700조 법인 토지 관리 사각지대
5년 새 토지 가액 17% 증가…수도권에 74.7% 집중
비업무용 부동산 관리한다지만 기업별 보유 현황 미파악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법인이 보유한 토지 자산 규모가 170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새 면적은 5% 넘게 늘었고, 토지 가액은 17% 증가했다. 하지만 토지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는 기업의 업종별·공시대상기업집단별 토지 보유 현황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보유 부담을 높여 부동산에 묶인 자금을 생산적인 분야로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토지 보유·이용 실태를 보다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미애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법인 명의 토지 보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법인이 보유한 토지는 7463.4㎢로 집계됐다. 5년 전 7086.7㎢와 비교하면 376.7㎢(5.3%) 늘어난 규모다.
토지 가액의 증가 폭은 더 컸다. 지난해 법인 소유 토지 가액은 1683조2898억 원으로, 5년 전보다 244조3728억 원(17.0%) 증가했다.
증가분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서울과 경기 소재 법인이 보유한 토지 가액은 182조6388억 원 늘었다. 전국 법인 토지 가액 증가분의 74.7%가 서울과 경기에 몰린 셈이다.
서울은 토지 면적과 가액 간 격차가 두드러졌다. 서울 소재 법인이 보유한 토지는 90.4㎢로 전국 법인 보유 토지의 1.2%에 그쳤지만, 가액은 562조 2916억 원으로 전체의 33.4%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좁은 면적에 고가 토지가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법인이 보유한 토지의 세부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법인 명의 토지의 면적과 가액 등 전체적인 현황은 집계하고 있지만, 기업의 업종이나 공시대상기업집단별 토지 보유 현황은 별도로 통계를 작성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법인 업종별 보유 현황 및 공시대상기업집단별 보유 현황 통계는 작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는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관리와 보유 부담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실제 사업에 사용하지 않는 부동산을 장기간 보유하면서 자금이 부동산에 묶이는 것을 막고, 유휴 토지를 시장에 공급하거나 생산적인 투자로 자금이 이동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도 앞서 "자본이 비생산적인 분야, 특히 부동산 시장에 묶여 있는데 이를 생산적인 분야로 전환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며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유 부담을 높이는 방향을 검토해보자"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토지 보유·이용 실태를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체계가 뒷받침돼야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짚었다. 기업별·업종별 토지 보유 현황과 실제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비업무용 부동산을 가려내고 이에 맞는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업무용 토지를 택지로 전환하는 방향 자체는 옳다"면서도 "현재는 어떤 기업이 어떤 토지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이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단정한 채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기업별 토지 보유 현황과 실제 이용 실태 등을 데이터화해 정확한 현황부터 파악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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