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받는데 굳이 전세로?…'연 4%대' 안심신탁 집주인 움직일까

전세사기 막고 전세 공급 확대…9월부터 임대인·임차인 모집
경기 전환율 7.9%인데 목표수익률 4~5%…참여 유인 관건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자료사진)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급격한 월세화를 막기 위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공공기관이 운용하고 수익을 임대인에게 월세처럼 지급하는 '전월세 안심신탁'을 내놨다. 전세사기 위험을 낮추면서 전세 물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다만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연 4~5%의 운용수익률이 지역에 따라 10%를 웃도는 시장 전월세전환율보다 낮아 임대인의 참여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공실이나 월세 연체 부담 없이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도 기존 월세와의 수익 격차가 큰 지역에서는 세제·금융 등 추가 인센티브가 제도의 안착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월세 안심신탁'에 참여할 임대인과 임차인을 모집할 예정이다.

사업은 안정화기구와 임대인, 임차인이 3자 계약을 맺은 뒤 임차인이 전세금을 안정화기구에 예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구는 맡겨진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고 이를 임대인에게 월세에 해당하는 형태로 지급한다. 정부는 연 4~5% 수준의 운용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택 유형이나 지역에는 별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시세 20억 원 이하 주택이면 참여할 수 있다. 등록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의무가 면제되며 임대소득에 대한 세제 지원도 추진된다.

안심신탁이 겨냥하는 것은 빠르게 진행되는 전세의 월세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보증부월세와 반전세를 포함한 서울 전체 주택의 월세 거래 비중은 64.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의 월세화가 급격해지는 상황에서 월세를 전세로 공급해 주거비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월세 주택을 전세로 전환해 공급하는 '전월세 안심신탁'을 추진한다. 임차인이 맡긴 전세금을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임대인에게 월세처럼 지급하는 방식이다. 전세금 2억 원을 맡기면 연 4%대 목표수익률을 기준으로 임대인은 월 약 73만 원의 운용수익을 받을 수 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연 4~5% 목표수익률…지방 전환율은 10% 웃돌아

현재 임대시장의 전월세전환율을 고려하면 안심신탁의 수익률이 임대인에게 충분한 유인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한국부동산원의 연립·다세대 지역별 전월세전환율을 보면 서울은 4.6%, 경기는 7.9%, 인천은 8.8% 수준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격차가 확대된다. 충북은 11.1%, 충남 10.8%, 전남 10.6% 등 두 자릿수 전환율을 보이고 있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전세와 월세 간 임대수익을 비교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지표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가 제시한 연 4~5%의 목표수익률은 일부 지역에서 임대인이 기존 월세를 포기하고 안심신탁으로 전환할 만큼 충분한 유인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세금 2억 원을 안심신탁에 맡길 경우 연 4%대 목표수익률을 기준으로 정부가 제시한 임대인의 운용수익은 월 약 73만 원이다. 반면 같은 전세금에 경기도 전월세전환율 7.9%를 단순 적용한 월세 환산액은 약 132만 원으로, 두 금액의 차이는 약 60만 원이다.

지방에서는 격차가 더 커진다. 충북의 전월세전환율 11.1%를 단순 적용하면 전세금 2억 의 월세 환산액은 약 185만 원으로, 안심신탁 운용수익과의 차이가 월 100만 원을 넘어선다.

전세사기 위험을 줄이고 공실이나 월세 연체 걱정 없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역에 따라 기존 월세보다 낮은 수익을 감수해야 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임대사업자들 사이에서는 금융·세제 등 추가적인 참여 유인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현재 1억 원으로 제한된 전세금 반환 목적 대출 한도를 안심신탁 참여를 조건으로 완화하는 방식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수익률만 놓고 보면 참여 유인이 부족하다"며 "안심신탁에 참여하는 임대인을 대상으로 전세금 반환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필요한 정책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HUG도 임대인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추가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임대소득세 부담을 낮추고 공제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는 한편, 전월세전환율이 높은 지방에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최인호 HUG 사장은 전날 열린 전월세 안심신탁 설명회에서 "임대 소득세 경감은 확실하고 한 자릿수가 될 수 있다"며 "공제기준을 상향하는 방안도 같이 협의하고 있으며 기대할 만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의 높은 전월세전환율과 관련해 "지방은 전월세전환율이 높다"며 "높은 전환율에 대한 것도 대책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