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LTV 0→60% 풀었지만…"정작 살 신축이 없다"
수도권 착공 3년째 10년 평균 24%…31일부터 규제 완화
준공 1년 내 최초 매수 한정…업계 "구축까지 LTV 확대해야"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정부가 신축 빌라를 사들이는 사업자에게 최대 60%까지 대출길을 열어줬다. 전세사기 이후 씨가 마른 비아파트 공급을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대출을 활용할 물건이 부족하다. 대상은 준공한 지 1년이 안 된 신축으로 한정되는데, 수도권 비아파트 착공은 3년째 10년 평균의 24% 수준에 머물고 있다. 빗장은 풀렸지만 들어갈 문 자체가 좁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8일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주택매매·임대사업자가 신축 비아파트를 매입할 때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이 0%에서 규제지역 30%, 비규제지역 60%로 완화된다. 민간임대주택법상 등록임대사업자는 지역과 무관하게 60%다. 비아파트를 새로 짓기 위해 멸실 예정 주택을 사는 경우에도 지역 구분 없이 60%가 적용된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사업자 주담대는 그동안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주택 신규 건설, 공익법인, 임차보증금 반환 등 세 가지 경우만 예외였다. 여기에 신축 비아파트 매입과 멸실 예정 주택 매입이 추가된다. 행정지도 개정을 거쳐 31일부터 시행된다.
문제는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규제 완화 대상은 준공 후 1년 안에 최초로 매수하는 경우로 한정되고, 멸실 목적 매입은 대출 실행일로부터 1년 내 철거해야 한다.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일반 매매사업자가 받을 수 있는 LTV는 30%에 그친다. 60%를 온전히 적용받으려면 등록임대사업자여야 한다.
부동산 업계는 조건을 충족하는 신축 빌라 자체가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수도권 일반주택(비아파트) 착공은 2023년 1만 8000가구, 2024년과 2025년 각각 1만 4000가구에 그쳤다. 최근 10년 평균 5만 6000가구의 24%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도 회복세는 더디다. 1~6월 착공 물량은 10년 평균의 24.3%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75.7%까지 회복한 아파트와 대조적이다.
착공에서 준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앞으로 1~2년 시장에 나올 신축 빌라도 많지 않을 전망이다. 대출 규제를 풀어도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인 셈이다. 전세사기 여파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과 공사비 상승 등이 겹치면서 빌라 공급이 급감했다.
정부도 공급 절벽을 인식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 2030년까지 수도권 일반주택 13만가구 착공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공급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현재 일반주택 착공이 "장기평균 25% 수준으로 위축이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급이 위축된 사이 전월세 가격은 오르고 있다. 서울 연립주택 전월세 가격은 6월 0.7% 넘게 오른 데 이어 7월에는 0.96% 상승했다. 올해 1~7월 누적 상승률은 5.27%로 지난해 같은 기간(1.19%)의 약 4.4배에 달한다.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 20~30대 가구의 67.9%는 오피스텔을 포함한 일반주택에 거주한다. 비아파트 공급 위축이 청년층 등 아파트 진입이 어려운 계층의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등 호재 지역을 중심으로 빌라 시장 수요가 확대하는 모습이어서 실수요 중심 시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빌라는 주거 사다리라는 측면이 있는 만큼 공급 중단은 당장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하는 수요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출 규제 완화가 당장 매물을 늘리기보다 신규 착공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사업자가 준공 물량을 매입할 수 있도록 출구를 열어 시행사의 다음 사업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다세대·다가구 건축면적 상한을 660㎡에서 1000㎡ 미만으로, 다가구 층수는 3개 층에서 4개 층 이하로 완화한다. 건설자금 대출한도도 70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늘리고, 신축 일반주택 매입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특례는 2028년까지 1년 연장한다.
전문가들은 31일 제도 시행 이후 실제 대출 실행 규모가 대책의 실효성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공사비와 인건비 등 급등으로 신축 비아파트 역시 분양가 등이 오를 수밖에 없어 시장의 수요 흡수력이 떨어졌다"며 "기존 구축 비아파트에 대한 LTV 확대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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