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LTV 0→60% 풀었지만…"정작 살 신축이 없다"

수도권 착공 3년째 10년 평균 24%…31일부터 규제 완화
준공 1년 내 최초 매수 한정…업계 "구축까지 LTV 확대해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빌라 단지. 2026.8.14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정부가 신축 빌라를 사들이는 사업자에게 최대 60%까지 대출길을 열어줬다. 전세사기 이후 씨가 마른 비아파트 공급을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대출을 활용할 물건이 부족하다. 대상은 준공한 지 1년이 안 된 신축으로 한정되는데, 수도권 비아파트 착공은 3년째 10년 평균의 24% 수준에 머물고 있다. 빗장은 풀렸지만 들어갈 문 자체가 좁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LTV 0%→60%…"준공 1년 내 첫 매수"만 해당

18일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주택매매·임대사업자가 신축 비아파트를 매입할 때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이 0%에서 규제지역 30%, 비규제지역 60%로 완화된다. 민간임대주택법상 등록임대사업자는 지역과 무관하게 60%다. 비아파트를 새로 짓기 위해 멸실 예정 주택을 사는 경우에도 지역 구분 없이 60%가 적용된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사업자 주담대는 그동안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주택 신규 건설, 공익법인, 임차보증금 반환 등 세 가지 경우만 예외였다. 여기에 신축 비아파트 매입과 멸실 예정 주택 매입이 추가된다. 행정지도 개정을 거쳐 31일부터 시행된다.

문제는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규제 완화 대상은 준공 후 1년 안에 최초로 매수하는 경우로 한정되고, 멸실 목적 매입은 대출 실행일로부터 1년 내 철거해야 한다.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일반 매매사업자가 받을 수 있는 LTV는 30%에 그친다. 60%를 온전히 적용받으려면 등록임대사업자여야 한다.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업소. 2026.8.18 ⓒ 뉴스1 이호윤 기자
착공 물량, 10년 평균의 24%…시장 매물 실종

부동산 업계는 조건을 충족하는 신축 빌라 자체가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수도권 일반주택(비아파트) 착공은 2023년 1만 8000가구, 2024년과 2025년 각각 1만 4000가구에 그쳤다. 최근 10년 평균 5만 6000가구의 24%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도 회복세는 더디다. 1~6월 착공 물량은 10년 평균의 24.3%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75.7%까지 회복한 아파트와 대조적이다.

착공에서 준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앞으로 1~2년 시장에 나올 신축 빌라도 많지 않을 전망이다. 대출 규제를 풀어도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인 셈이다. 전세사기 여파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과 공사비 상승 등이 겹치면서 빌라 공급이 급감했다.

정부도 공급 절벽을 인식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서 2030년까지 수도권 일반주택 13만가구 착공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공급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현재 일반주택 착공이 "장기평균 25% 수준으로 위축이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월세 가격은 뛰는데 신축은 부족…"구축 규제도 풀어"

공급이 위축된 사이 전월세 가격은 오르고 있다. 서울 연립주택 전월세 가격은 6월 0.7% 넘게 오른 데 이어 7월에는 0.96% 상승했다. 올해 1~7월 누적 상승률은 5.27%로 지난해 같은 기간(1.19%)의 약 4.4배에 달한다.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 20~30대 가구의 67.9%는 오피스텔을 포함한 일반주택에 거주한다. 비아파트 공급 위축이 청년층 등 아파트 진입이 어려운 계층의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등 호재 지역을 중심으로 빌라 시장 수요가 확대하는 모습이어서 실수요 중심 시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빌라는 주거 사다리라는 측면이 있는 만큼 공급 중단은 당장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하는 수요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출 규제 완화가 당장 매물을 늘리기보다 신규 착공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사업자가 준공 물량을 매입할 수 있도록 출구를 열어 시행사의 다음 사업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다세대·다가구 건축면적 상한을 660㎡에서 1000㎡ 미만으로, 다가구 층수는 3개 층에서 4개 층 이하로 완화한다. 건설자금 대출한도도 70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늘리고, 신축 일반주택 매입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특례는 2028년까지 1년 연장한다.

전문가들은 31일 제도 시행 이후 실제 대출 실행 규모가 대책의 실효성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공사비와 인건비 등 급등으로 신축 비아파트 역시 분양가 등이 오를 수밖에 없어 시장의 수요 흡수력이 떨어졌다"며 "기존 구축 비아파트에 대한 LTV 확대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