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0억 배당 뒤 400억 못 갚아 회생신청…정부, 리츠 제도 손질

90% 의무배당 구조 한계…정부 연구용역 착수
업계선 "위기 대응 위한 유동성 확보 방안 필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아파트 및 주택 및 아파트단지 외부 전경이 보이고 있다. (자료사진) ⓒ 뉴스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회생절차 개시를 계기로 정부가 리츠(REITs) 제도의 구조적 취약점 점검에 나선다.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하도록 한 현행 제도가 위기 대응 능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이익 일부를 사내에 유보할 수 있는 재투자준비금 제도 도입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은 최근 '리츠 건전성 강화 제도개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 범위와 세부 과제는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쳐 확정했으며,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리츠 제도의 구조적 취약점을 전반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연구는 최근 회생절차에 들어간 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업계에서는 투자자 배당에 초점을 맞춘 현행 리츠 제도가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장점은 있지만, 예상치 못한 유동성 위기에는 취약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현행 부동산투자회사법은 리츠가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배당을 제공하는 대신, 긴급한 자금 수요가 발생했을 때 활용할 현금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상장 이후 330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지급했지만, 만기가 돌아온 약 400억 원 규모의 단기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자산가치는 유지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이익을 배당하면서 위기 상황에 대비할 유동성을 충분히 쌓지 못한 것이 원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다.

국토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리츠의 재무 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발생한 이익 일부를 사내에 적립해 위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재투자준비금 제도 도입이 유력한 검토 대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리츠업계에서 자산 매각 대금을 재투자를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용역에서 해당 방안을 포함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리츠가 안정적인 배당 상품이라는 본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배당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위기 대응을 위한 유동성 확보도 함께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며 "재투자준비금 제도가 도입되면 리츠의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