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안 떨어져요"…서초 5000가구 입주에도 전셋값 '요지부동'

현금 여력 있는 집주인 많아 전세 급매·가격 인하 드물어
전세 매물 부족에 신축 선호까지…"입주장 효과 제한적"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아파트 매물 가격이 게시돼 있다. 2026.7.3/ 뉴스1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강남권 집주인들은 대부분 현금 여력이 충분해요. 기다린다고 전셋값이 더 떨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난 주말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공인중개업소 밀집 지역. 대규모 입주에 따른 이른바 '입주장 효과'를 묻자 중개업소마다 비슷한 답이 돌아왔다. 통상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전셋값이 조정되지만, 서초에서는 현금 여력이 있는 집주인이 많고 전세 매물도 부족해 과거와 같은 가격 하락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다수 집주인 현금 여력 충분…"경쟁적 전셋값 낮추기 안 보여"

오는 8월부터 서초구에서는 신축 아파트 대단지 입주가 잇따른다. 반포동 래미안트리니원(2091가구)에 이어 9월에는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3064가구)가 입주한다. 이미 입주를 시작한 오티에르 반포까지 포함하면 불과 3개월 동안 5406가구가 새로 공급되는 셈이다.

통상 대규모 입주가 시작되면 잔금을 마련하려는 집주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받기 위해 호가를 낮추면서 '입주장'이 형성된다. 입주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세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전세 급매물이 쏟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서초 입주장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집주인 상당수가 자금 여력이 충분해 전셋값을 급하게 낮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서다. 세입자를 서둘러 구해야 하는 임대인이 적다 보니 경쟁적으로 호가를 내리는 모습도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전용 84㎡ 기준 전셋값이 오티에르 반포는 16억 원, 래미안트리니원은 19억 원, 디에이치 방배는 12억 원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었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고가 아파트를 여유 자금 없이 분양받은 경우가 거의 없다"며 "돈이 급한 집주인이 많아야 가격을 낮춰 세입자를 구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6.5.14 ⓒ 뉴스1 이종수 인턴기자
매물 품귀도 영향…"입주 다가와도 더 오를 수도"

입주장 효과가 크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서울 전역의 전세 매물 부족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이후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건이 줄면서 신축 단지 입주 물량도 빠르게 소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480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감소한 수준이다.

서초구 전셋값도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8% 상승했다. 같은 달 둘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도 각각 0.15%, 0.12%, 0.11% 오르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또 다른 반포동 공인중개사는 "지금은 주변 시세와 비슷한 가격에 내놓기만 해도 계약이 빠르게 이뤄진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굳이 가격을 낮춰 세입자를 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신축 아파트 선호도 전셋값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초구는 학군과 교통, 생활 인프라를 모두 갖춘 데다 신규 공급 자체가 많지 않아 신축 수요가 꾸준하다는 설명이다.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입주 시기가 9월 이사철과 겹치는 만큼 전세 수요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전세 매물 부족과 신축 희소성을 고려하면 전셋값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입주가 가까워질수록 일부 매물은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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