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찰 한 번이면 수의계약…서울시, 정비사업 속도전 카드 꺼냈다

시공사 선정 한번 유찰 시 수의계약 전환 허용
재입찰 반복 땐 조합 내홍 확산…불필요한 분란 축소 효과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서울시가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 수의계약 전환 요건 완화를 정부에 건의했다.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로 반복되는 유찰을 줄여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시공사 선정 기간 최소 52일 단축 가능

1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5일 국토교통부에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경쟁입찰이 한 차례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두 차례 유찰된 경우에만 수의계약을 허용한다. 서울시는 한 차례 유찰 이후에도 수의계약을 가능하게 해 정비사업 절차를 단축하고 주택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정비사업 현장에서 수의계약 방식의 시공사 선정이 늘고 있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한 차례 유찰된 사업장이 재입찰에서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경우가 드물다고 설명한다. 건설사들이 이미 사업성을 검토한 만큼 재공고를 하더라도 입찰 구도가 바뀌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최근 압구정 등 강남권 주요 정비사업장도 두 차례 유찰 끝에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했다.

시공사 선정 일정은 최소 두 달가량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은 현장설명회 개최 7일 전 입찰공고를 내야 한다. 현장설명회는 입찰제안서 제출 마감일 45일 전에 진행해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 52일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는 시공사 선정 이후 조합과 함께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며 "시공사 선정 시점이 앞당겨지면 전체 사업 일정도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뉴스1 오대일 기자
조합 내부 갈등 축소…사업 지연 차단

사업 기간 단축뿐 아니라 조합 내부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유찰이 반복되면 조합 집행부의 추진력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진다. 특정 건설사만 단독 응찰한 상황에서 재입찰이 이어지면 "다른 대형 건설사를 유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비상대책위원회 등 반대 세력이 힘을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이 유찰되면 조합장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참여 의사가 없는 건설사를 거론하며 조합원 여론을 흔드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의계약 전환은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다. 조합이 경쟁입찰을 추가로 진행하겠다고 판단하면 재공고를 낼 수 있다. 입찰보증금이나 공사 조건을 조정해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경쟁입찰 원칙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정 건설사에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제도 개선 여부는 국토부 판단에 달릴 전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수의계약 요건 완화는 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특정 건설사 쏠림이나 경쟁성 약화를 막기 위한 보완 장치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전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