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사람은 다 팔았다"…비거주 1주택 퇴로에도 강남은 '버티기'
중과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 5000건 감소…강남 중개업소 한산
비거주 1주택 실거주 유예 확대…"일부 선택지 넓히는 수준"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12일 오후 찾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며칠 전까지 붙어 있던 다주택자 매물은 대부분 사라졌다. 매수 문의도 뚝 끊기면서 사무실 안은 종일 적막한 분위기였다.
중개사들은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다 전화벨이 울리면 재빨리 수화기를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매물 확인이나 가격 문의였다. 실제 거래 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주 양도세 중과 시행 직전까지는 급매 계약이 계속 이어졌는데 지금은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팔 사람은 이미 다 팔았고 남은 집주인들은 버티기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됐다. 기존 6~45%인 양도세 기본세율은 10일부터 2주택자에게 20%포인트(p),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30%p가 추가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최고 실효세율은 82.5%에 달한다.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는 분위기다. 다주택자들은 매도 대신 버티기를 택했고, 막차 수요를 노렸던 매수 대기자들의 문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 3985건으로, 양도세 중과 직전인 8일(6만 9175건) 대비 5190건 감소했다. 나흘 만에 5000건 넘는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진 셈이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제는 세금 부담이 너무 커 다주택자들이 팔고 싶어도 쉽게 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양도세 중과가 유지되는 이상 당분간 버티기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호가도 다시 양도세 중과 이전 수준으로 올라섰다. 가격 조정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1주택자 매물만 시장에 남은 영향이다.
양도세 중과 여파로 실거래가가 36억 원대까지 떨어졌던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84㎡의 현재 호가는 다시 39억 원 이상으로 올라와 있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4월 바닥을 찍은 이후 호가와 실거래가가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며 "양도세 중과 직전이던 9일에도 실제 거래는 1000만~2000만 원 정도만 조정된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비거주 1주택자의 거래 퇴로를 일부 열어줬다. 정부는 12일 세입자가 있는 주택 거래 시 실거주 의무 유예 대상을 비거주 1주택자까지 확대했다. 거래가 사실상 막혀 있던 규제지역 내 비거주 1주택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시장에서는 서울 지역 비거주 1주택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이번 정책의 매물 출회 효과를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거론된 '83만 가구' 추정치에 대해 공식 통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번 조치는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을 거쳐 이르면 5월 말 시행된다. 올해 말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해 허가받은 건에 한해 적용되며, 매수자는 발표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또 12일 기준 임대 중인 주택은 모두 실거주 유예 대상에 포함된다. 국토부는 늦어도 2028년 5월 11일까지는 실거주를 위해 입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번 조치로 다주택자에게만 적용됐던 실거주 유예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고 세입자 때문에 거래가 막혔던 비거주 1주택자의 매도 부담도 일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일부 고령층 중심으로 추가 매물이 나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세를 주고 경기도 외곽에 거주하는 은퇴자들은 보유세 인상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보유세 중과나 장기보유 특별공제 축소 등을 우려한 일부 집주인들이 매도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매물 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전히 서울 전역에 강한 대출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데다 비거주 1주택자 상당수가 매도 대신 실거주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개포디에이치아너힐즈'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고령층은 평수를 줄여 주변 단지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지만 대다수는 결국 기존보다 더 좋은 입지로 옮기려 한다"며 "이미 보유세 중과나 장기보유 특별공제 폐지 논의가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실거주로 방향을 틀려는 움직임이 많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급격한 매물 증가보다는 일부 비거주 1주택자의 선택지를 넓히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비거주 1주택자들은 투자와 실거주 목적이 혼재돼 있는 만큼 결국 실거주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규모 물량 증가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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