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는 '세 카드'…글로벌 부동산 시장 재편된다

싱가포르 60%·영국 5%p 인상…고가주택엔 '맨션세'까지
李 정부, 주택 세제 본격 강화…6월 이후 개편안 윤곽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6.3.17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전 세계 주요국들이 다주택자와 외국인 투자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취득세와 보유세를 강화하고 있다. 주택을 자산 증식 수단이 아닌 '거주 공간'으로 유도하려는 글로벌 세제 개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 정부도 시장 안정과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보유세 등 주택 세제 강화를 검토 중이다. 발표 시기는 6월 지방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 취득세 60% '철벽'…영국도 할증세율 5%p 상향 '초강수'

29일 관련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와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취득 단계에서부터 징벌적 과세를 적용해 투자 수요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세제 정책을 시행 중인 곳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주택 가액의 60%를 추가구매자 인지세(ABSD)로 부과하고 있다. 10억 원짜리 주택 매수 시 세금만 6억 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자국민 역시 두 번째 주택은 20%, 세 번째부터는 30%의 고율 세금을 적용받는다.

영국 또한 다주택자의 시장 진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2024년 말 단행된 세제 개편으로 다주택자가 추가 주택을 살 때 붙는 인지세(SDLT) 할증 세율은 기존 3%포인트(p)에서 5%p로 뛰었다.

이에 따라 150만 파운드(약 26억 원)를 초과하는 고가 주택을 매입하는 다주택자는 기본 세율에 할증을 더해 최대 17%에 달하는 취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투자 수요 유입을 크게 낮추는 구조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캐나다·프랑스·독일, 징벌적 과세…미국, 초고가 주택에 '맨션세'

일부 주요국은 실제 주거 목적이 아닌 유휴 주택에 대한 추가 과세를 부과해 매물 출회를 압박하고 있다.

캐나다는 주택을 투자 수단으로 삼는 외국인과 외지인을 겨냥해 가장 공격적인 빈집세 체계를 가동 중이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비거주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이 연간 6개월 이상 비어있을 경우 가액의 1%를 부과하는 '연방 빈집세'(UHT)를 시행하고 있다. 주택난이 심각한 밴쿠버 등 주요 도시들은 자체적으로 이 세율을 최고 3%까지 끌어올려 소유주의 보유 비용을 극대화했다.

프랑스는 대도시 내 주택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공가세'(TLV) 카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파리 등 주택난이 심각한 대도시 내에서 1년 이상 비어있는 유휴 주택이 과세 대상이다. 이는 기존의 부동산 부유세(IFI)와는 별개로 운영되어 다주택자의 실질적인 세 부담을 가중하는 역할을 한다.

독일은 2025~2026년에 걸쳐 80여 년 만에 개편된 새로운 재산세 체계를 현장에 적용했다. 이 개편의 핵심은 지자체에 부여된 '재산세 C'(Grundsteuer C) 신설 권한이다. 주택 건설이 가능한 토지를 보유하고도 투기 목적으로 집을 짓지 않고 방치할 경우, 일반 재산세보다 훨씬 높은 징벌적 세율을 매길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가주택 과세를 강화하는 추세다. 뉴욕시의 맨션세(Mansion Tax)가 대표적이다. 맨션세는 100만 달러(약 15억 원) 이상의 주택 거래 시 매수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가격 구간별로 세율을 차등 적용해 초고가 주택일수록 더 높은 세금을 매긴다. 로스앤젤레스(LA) 역시 500만 달러(약 75억 원) 이상 부동산 거래 시 맨션세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 부동산 투자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주마다 재산세 체계가 다르지만, 평균 재산세율이 1~2% 수준으로 한국보다 높다"며 "텍사스나 뉴저지 등 일부 주는 소득세가 없는 대신 재산세율이 2%가 넘어 다주택 보유 비용 부담을 높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에 급매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6.3.18 ⓒ 뉴스1 김민지 기자
李 정부, 6월 지선 이후 주택 세제 본격 강화…보유세 인상·대상 확대 검토

한국 정부도 주택 세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다주택자 등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시장 안정을 위해서다. 업계는 6월 지방 선거 이후 세제 등 정부의 부동산 추가 대책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투기를 방치하면 나라가 망한다. 모든 악용 가능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제도의 허점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투기 수요를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부는 지난 2월 확정한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에 이어 추가 규제 강화를 준비 중이다. 시장에서는 보유세 인상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이 추진될 것으로 본다.

규제 대상은 다주택자뿐 아니라 비거주 1주택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고가·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여부에 대해 "당연히 포함된다"고 밝혀 과세 범위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투기 수요를 줄이고 시장 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보유와 거래 과정의 세 부담이 높아질 경우 투기 수요는 상당 부분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글로벌 트렌드는 거래세 문턱은 낮춰 매물 흐름을 원활하게 하되, 빈집이나 투기성 주택에는 보유세를 높여 사회적 비용을 회수하는 방향"이라며 "정부가 단순히 세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세금 인상에 따른 시장 변화를 고려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