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 늘자 매수 관망…뜨겁던 경매·청약 시장도 식었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 101.7%…전월보다 6.1%p 하락
고분양가 단지 청약 미달 잇따라…급매 기다리는 수요 확산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메시지 이후 뜨겁던 경매와 청약시장까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매매시장에 가격을 낮춘 매물이 늘면서 경매와 청약으로 향하던 수요가 관망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당장 매수에 나서기보다 추가 가격 조정을 기다리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발표 이후 고공행진 경매 숨 고르기

8일 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101.7%로 전월(107.8%)보다 6.1%포인트(p)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해 11월 101.4%에서 12월 102.9%로 상승했다. 올해 1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2월 들어 상승 폭이 꺾였다. 2월 넷째 주 낙찰가율은 97.2%로 100% 아래로 내려갔다.

경매시장은 그동안 정부 규제를 피해 수요를 꾸준히 끌어모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도 실거주 의무가 없어 갭투자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자금이 부족한 수요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몰린 주요 이유였다. 사실상 규제 지역에서 주택을 마련하는 우회 통로로 활용됐다.

그러나 올해 2월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연일 강경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다. 오는 5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뿐 아니라 추가 규제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시장 심리가 위축됐다.

이후 경매 수요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매매시장에 가격을 낮춘 매물이 늘면서 경매로 향하던 수요가 다시 매매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6일 기준 7만 443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5만 7612건)과 비교하면 약 29.1% 증가한 수준이다.

전반적인 시세 조정도 경매 매수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5주 연속 둔화했다.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구는 2주 연속 하락했다. 매매시장의 가격 조정이 무리한 고가 입찰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경매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며 "5월 이후 매매시장 매물 증가 여부가 중장기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모습. 2026.3.2 ⓒ 뉴스1 구윤성 기자
매매시장 호가 하락에 분양가 비싼 단지 찬바람

분양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크게 저렴하지 않다면 굳이 청약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매매시장에 급매가 등장하면서 단순히 새 아파트라는 이유만으로 청약에 뛰어들 유인이 줄었다.

지난달 경기 용인시 '수지자이 에디시온' 무순위 청약에서는 214가구 모집에 143명만 신청해 0.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공급된 '더샵 분당센트로' 역시 일반분양 84가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50가구가 계약되지 않아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두 단지 모두 새 아파트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주변 시세 대비 높은 분양가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대출 규제 속에서 분양가를 마련하기 어려운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무리하게 청약에 나서기보다는 매매시장에 등장한 급매를 기다리겠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는 변화한 시장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급매물 증가 영향으로 청약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 47개 단지에서 총 3만 7381가구(임대 포함)가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2만 4000가구가 수도권에서 공급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양 일정 확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급 부족이 심한 서울은 완판 가능성이 높지만 경기권 사업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