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바뀌어도 전세는 유지…세입자 '등기부 재확인' 필요

다주택자 매물 증가로 소유권 이전 사례 늘어날 듯
"등본상 인적사항·소유자 변경일은 확인 권고"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3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집주인이 달라져도 기존 전세 계약 조건은 유지된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걱정이 앞섰다. A씨는 곧바로 등기부등본을 떼어보고 확인해야 할 사항을 점검하기로 했다.다주택자들이 5월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을 앞두고 매물 처분에 나서면서 집주인이 바뀌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라면 계약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등기부등본을 통해 소유권 이전 여부와 새 집주인 정보를 확인하는 절차는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무주택자는 다주택자가 내놓은 '전세 낀 매물'을 매입할 수 있다.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서울과 경기 12곳에서는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방식)가 제한됐지만, 정부가 다주택자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예외를 둔 상태다.

이로 인해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의 소유자가 바뀌는 경우가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춘 세입자라면 기존 계약 조건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새 집주인이 기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기 때문이다. 계약서를 새로 작성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등기부등본 확인은 권고된다. 소유권 이전일, 새 임대인의 인적 사항(이름·주소 등), 실제 명의 변경 여부 등을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월세 계약은 사람과 맺는 계약처럼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권리 관계"라며 "보증금을 반환할 주체가 누구인지, 잔금일과 소유권 이전일이 언제인지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채 보증금 반환을 논의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새 임대인이 실제 소유자인지, 대리인인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교수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춰 대항력을 확보한 임차인이라면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새 소유자에게 동일하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면서도 "새 집주인이 세금을 체납한 경우에는 우선순위 문제로 분쟁이 발생할 수 있어 인적 사항과 권리관계를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간 경우에도 기본 원칙은 같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췄다면 전세금 회수 권리는 보호된다. 다만 경매 통지를 받았다면 경매 진행 상황과 배당요구 종기 일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세입자가 대항력을 갖췄다면 경매로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권리는 유지된다"며 "배당요구 종기(이해관계인이 권리 범위 내에서 배당을 신청할 수 있는 마지막 날) 이전에 배당을 신청하면 매각대금에서 보증금을 받을 수 있고, 신청하지 않으면 낙찰자가 임대차를 인수하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세입자에게 사전 통보 없이 소유권이 이전되는 사례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최초 계약 체결 시 특약을 통해 ‘주택 매도 시 임차인에게 사전 통지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보증금 반환 책임은 기존 집주인이 진다’는 문구를 명시하는 방안을 권고한다.

공인중개사 A 씨는 "계약 단계에서 특약을 넣어두면 분쟁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