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세가 비율 30%대…거품의 전조인가? [박원갑의 집과 삶]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인 '전세가 비율'은 주택시장에서 오래된 지표 중 하나다. 단기 시황 변화를 설명하는 데에는 둔감하지만, 전세와 매매가격이 어떤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전세가 비율은 시장의 온도를 재는 체온계이자 가격 구조의 균형 상태를 가늠하게 하는 척도다.
일반적으로 전세가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주택의 사용가치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같은 지역, 유사한 아파트 단지라는 전제하에서 전세가 비율은 주거환경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 가깝다. 직주근접성, 교통 접근성, 생활 인프라 같은 요소들이 전셋값에 반영되고, 이는 거주 효용의 크기로 나타난다. 반대로 전세가 비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주거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사용가치의 변화보다 교환가치, 즉 매매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서울 핵심 지역에서 나타나는 '아파트 전세가 비율 30%대' 현상은 절대 가볍지 않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강남구 아파트 전세가 비율은 37.7%까지 내려왔고, 송파구는 39.4%, 용산구는 39.7%로 모두 40%를 밑돌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42~44%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내림세다. 전셋값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은 아니다. 이보다는 매매가격이 그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면서 격차가 벌어진 결과다. 서초구 역시 2024년 말 46.7%에서 올해 1월 41.6%로 크게 낮아졌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변화는 더욱 뚜렷해진다. 2016년 1월 강남구 전세가 비율은 64.4%, 송파구는 68.5%, 용산구는 60.8%에 달했다. 과거 강남권에서 전세가 비율이 30%대로 낮았던 시기는 저층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많았을 때였다. 재건축을 앞둔 주택은 건물의 사용가치가 낮아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된다. 그러나 지금은 재건축이 상당 부분 마무리되며 고층 일반 아파트로 전환된 상태다. 이런 조건에서 전세가 비율이 다시 30%대로 내려왔다는 것은 주거환경의 문제라기보다 매매가격이 이례적으로 급등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전세가 비율이 낮은 상태에서는 시장의 내성도 약해진다. 매매가격의 하단을 떠받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거주 수요보다 금융 여건과 자산 가격에 대한 기대가 가격 형성에 더 크게 작용할수록 작은 충격에도 시장은 과도하게 반응할 수 있다. 두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속도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 그 틈은 시간을 두고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전셋값이 빠르게 상승하며 매매가격을 따라잡는 방식으로 전세가 비율이 회복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하지만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이러한 우호적인 전개만을 전제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매매가격의 상승을 뒷받침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억누르는 정책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고가 1주택자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 축소 여부다. 현행 소득세법상 12억 원 초과 고가 1주택은 10년 보유·거주 시 최대 80%의 장특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똘똘한 한 채'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이 혜택이 축소될 경우 고가 주택시장은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주택시장의 가격 형성은 단일 지표로 설명하기에는 구조가 복잡하다. 전세가 비율만으로 집값 거품을 단정할 수는 없다. 거품을 재는 잣대는 수십 가지에 이르고, 거품은 대개 사후적으로 드러난다. 다만 매매가격이 전셋값에 비해 지나치게 앞서 나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경계할 필요가 있다. 강남권과 한강 벨트 등 인기 지역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실수요자라면 전세가 비율 추이와 정책 흐름을 함께 눈여겨보며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한쪽에 쏠리기보다 중심추를 잡고 부동산시장을 균형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다.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을 나와 강원대에서 부동산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KDI 경제전문가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인의 부동산심리', '부동산미래쇼크','박원갑 박사의 부동산트렌드수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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