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포기해도 신청"…한옥 '미리내집' 신혼부부 발길 이어져

15일부터 한옥 미리내집 7가구 공급…시세 대비 60~70% 수준
언덕길·주차·공간 제약 아쉬움도…경쟁률 치열할 전망

14일 오후 방문한 서울 종로구 계동 '미리내집 연계형 공공 한옥 3호' 내부 모습. 2026.01.14/ 뉴스1 ⓒ News1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계동. 골목 사이사이 빼곡히 들어선 한옥들을 지나며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자, 마침내 고즈넉한 분위기의 '미리내집 한옥 3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운 겨울 햇살이 한옥 마루에 스며들고, 목재 특유의 은은한 향이 실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마루와 기둥, 서까래 곳곳에는 전통 한옥의 감성이 그대로 살아 있었고, 현대식으로 정돈된 내부 인테리어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창밖으로 북촌 일대의 겹겹이 이어진 한옥 지붕이 펼쳐져, 마치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 안에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이곳을 찾은 정혜민 씨(39·여)는 "부부 모두 평소 한옥에 대한 로망이 컸다"며 "지금 살고 있는 서초동 집을 포기해야 하는 조건이지만, 그래도 한 번 신청해보려 한다"고 전했다.

재계약으로 최대 10년 거주…한옥 로망 실현

서울시는 15일부터 종로구와 성북구 일대에서 7가구 규모의 '미리내집 연계형 공공 한옥'을 공급한다. 가회동, 계동, 원서동, 필운동, 보문동 등 각기 다른 규모와 구조의 한옥이 대상이다.

재계약을 통해 최대 10년 거주가 가능하며, 자녀 출산 시에는 최대 14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장기전세주택2(미리내집) 이주 혜택도 제공된다. 임대료는 보증금 수준에 따라 월 23만~54만 원으로, 주변 시세 대비 60~70% 수준이다.

평일 오전에도 신혼부부와 예비 입주자들이 한옥을 둘러보기 위해 방문했다. 사람들은 내부 시설과 인테리어를 꼼꼼히 확인하며, 자신들의 미래 모습을 상상했다. 1~7호 한옥은 각각 평수와 구조가 달라, 방문객들은 차례로 이동하며 장단점을 비교했다.

남편과 함께 방문한 홍 모 씨(30대)는 "한옥 체험을 했을 때 느낀 독특한 거주 방식과 분위기에 끌렸다"며 "현재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당첨되면 아파트를 포기하고라도 이곳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옥 주변의 조용한 분위기도 장점으로 꼽혔다. 현대식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전통 구조, 기본 가전인 세탁기, 냉장고, 인덕션 등이 옵션으로 제공되어 생활 편의성도 갖췄다.

접근성·공간 제약 아쉬움…경쟁률은 높을 듯
7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미리내집 연계형 공공한옥 1호에서 실제 공급 예정인 한옥을 둘러볼 수 있는 개방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신혼부부 등 무주택 가구를 대상으로 외관은 한옥, 실내는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한 공공한옥 7가구를 시세 대비 60~70% 수준의 임대료로 공급할 예정이다.. 2026.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반면 일부 방문객은 불편함을 토로했다. 한옥들이 언덕길 위에 위치해 도보 이동이 쉽지 않고, 주차 공간도 제한적이어서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신청해야 했다.

정민지 씨(29·여)는 "역과 거리가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집 자체는 괜찮지만 장점이 다소 묻히는 느낌"이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실내 공간도 제한적이다. 전용면적 43㎡인 3호는 침실 하나, 거실, 알파룸만 있어 3인 이상 가구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건축사 김 모 씨는 "한옥 분위기는 좋지만, 짐이 많은 가정에는 실제 거주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청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계자는 "주말에는 외국인과 신혼부부를 막론하고 수백 명이 한옥을 방문한다"며 "관심이 높아 신청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시는 오는 14일까지 신청을 받고, 서류 심사 대상자는 22일 발표한다. 당첨자는 입주 자격 확인 등 절차를 거쳐 4월부터 입주할 수 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