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원화 약세·풍부한 유동성에 '현금 장세' 지속

M2 4400조 원 시중 유동성, 예금보다 핵심 단지 매입으로 이동
서울 아파트 시총 1800조 돌파…강남·서초·송파 비중 40% 넘어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풍부한 유동성이 겹치면서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서울, 특히 강남 아파트 시장으로 시중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인식된 강남 아파트가 '자산 피난처'로 굳어지면서, 자산 양극화와 가격 불안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원화 약세→부동산 선호 강화'…핵심 단지·재건축 등 매입

26일 한국은행·부동산R114 등에 따르면, 10월 말 실질실효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원화의 실질 구매력 약화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실질 원화가 저평가 구간에 머무는 사이, 예금·채권보다 인플레이션 방어력이 높은 실물자산을 찾는 수요가 서울 핵심지 강남권 아파트에 몰리면서 '원화 약세→부동산 선호 강화' 고리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시중 유동성도 자산 쏠림을 부추기고 있다. 9월 기준 광의통화(M2)는 4400조 원을 웃도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금융 규제 강화에도 시장에 풀린 돈이 줄지 않았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 레버리지는 조여졌지만,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 고자산층은 규제 영향을 덜 받으며 강남 핵심 단지와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 '현금 장세'를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최근 1800조 원을 돌파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가 40%를 훌쩍 웃도는 비중을 차지한다. 강남3구는 1년 새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직전 고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특히 재건축 단지는 일반 아파트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시가총액 증가를 이끌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파트 단지.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강남 아파트, 현금 자산가 중심 '우량 입지 독식' 가속화

문제는 대출 규제가 이 같은 강남 쏠림을 되레 강화하는 역설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축소와 고가 주택 대출 제한으로 레버리지 기반 수요는 크게 막혔지만, 그 부담은 주로 무주택·청년층과 중위소득 실수요자에게 집중됐다.

반면 강남 아파트를 현금 또는 낮은 비율의 대출로 살 수 있는 자산가들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줄어든 시장에서 우량 입지를 선점하며, 가계 자산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거래 위축과 일부 외곽 지역 조정이 이어지더라도, 강남·도심 핵심지는 원화 약세와 유동성, 공급 부족이 겹치며 중장기 상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 거래는 위축되겠지만, 이미 4000조 원을 넘어선 유동성과 2026년부터 입주 물량 급감 우려를 감안하면 근본적인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강남 아파트로의 자산 쏠림과 가격 재급등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