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정비사업 '빨간불'…시공사 무응찰에 조합 내홍까지 겹쳤다

입찰 조건 '현금 1000억·컨소시엄 불허'에 건설사들 손사래
성비위 논란·조합장 해임 추진 등 내부 갈등 장기화 우려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4구역 (서울시 제공)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압구정과 함께 올해 서울 정비사업의 핵심지로 꼽히던 성수동 재개발이 난항을 겪고 있다. 조합의 과도한 입찰 요건에 시공사들이 난색을 보이는 가운데, 조합 내부 갈등까지 불거지며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성수2지구 시공사 무응찰…1000억 현금·컨소시엄 불허 조건 부담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열린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응찰한 시공사가 없어 유찰됐다.

성수2지구는 한강변에 지하 5층~지상 65층, 2609가구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사업으로,

사업성이 뛰어나 삼성물산(028260)·DL이앤씨(375500)·포스코이앤씨의 3파전이 예상됐던 곳이다.

그러나 조합이 △입찰보증금 1000억 원 전액 현금 납부 △컨소시엄 불허 △책임준공 확약 등 시공사에 불리한 조건을 내세우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여기에 조합장과 시공사 현장 요원 간 성비위 논란까지 불거지며 내부 갈등이 심화했다.

결국 포스코이앤씨와 삼성물산이 잇따라 입찰 참여를 철회했고, DL이앤씨도 1차 시공사 선정에는 응찰하지 않았다.

조합 내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남아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조합장과 임원 9명 전원을 대상으로 해임 절차에 착수했다. 조합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이를 번복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향후 시공사 선정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성수1지구도 시공사 재선정…"입찰 조건 과도"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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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성수1지구 재개발 사업도 답보 상태다. 서울숲과 맞닿은 우수한 입지와 '성수 첫 재개발 사업'이라는 상징성 덕분에 현대건설(000720), GS건설(006360), HDC현대산업개발(294870) 등이 수주전 참여 의사를 밝히며 연내 시공사 선정이 유력시됐었다.

그러나 조합이 △조합원 로열층 우선 분양 제안 금지 △대안 설계 등 추가 아이디어 제안 금지 △추가 이주비 담보인정비율(LTV) 제한 등 입찰 지침을 내세우면서 논란이 커졌다.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해당 조건이 시공사 경쟁력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지침 수정을 요청했지만, 조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현장설명회에도 불참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조합원들은 "입찰 지침이 경쟁 입찰을 막고 특정 시공사에 유리하다"며 지도부의 책임을 제기했다. 결국 조합은 지난 9월 예정됐던 시공사 선정 총회를 취소하고, 지침 수정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현장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비상대책위원회는 조합장 해임을 요구하며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내홍이 장기화되면서 다음 시공사 선정 일정 역시 불투명하다.

성수1지구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의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설명회부터 시공사 선정 총회까지 절차를 다시 밟을 계획"이라며 "정확한 일정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

성수3지구 역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조합이 설계자 선정 과정에서 서울시 정비계획과 맞지 않는 설계안을 제출해 관할 구청으로부터 '설계자 선정 취소 및 고발 예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설계 변경과 승인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며,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서울 강북권 최대 규모의 재개발 사업으로, 완공 시 약 1만 가구에 달하는 초고층 주거 벨트가 조성될 전망이다. 그러나 연이은 내홍과 일정 지연으로 '한강변 대규모 아파트 벨트' 조성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갈등이 계속된다면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인 시공사들도 난색을 보일 수 있다"며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조합이 내부 갈등을 조속히 수습하고 시공사 선정 절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