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 택지 넘기는 시대 끝낼 것"…LH, 구조적 개혁 초읽기
공공성 강화 중심에 두고 싱가포르 방식 등 검토 예정
전문가 "효용성과 재원문제 등 면밀하게 따지면서 개혁 필요"
- 김동규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다시 한번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이번에는 단순한 기능 조정이나 조직 개편이 아닌, 구조 자체를 바꾸는 개혁이 예고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판을 새로 짜는 구조적 개혁을 주문받았다"며 LH 개혁의 방향을 언급했다. 비대한 권한과 수익 중심 구조를 개편하는 대대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정부와 LH에 따르면 LH는 2021년과 2023년에 개혁안을 발표했다. 2021년에는 3기 신도시에서의 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었고, 이에 같은해 6월 정부는 △투기 재발 방지를 위한 통제장치 마련 △주거복지 및 주택공급 기능 외 비핵심기능 분산 및 인력감축 △퇴직자 전관예우 갑질행위 등 고질적 악습 근절 등을 담은 혁신안을 내놨다.
2023년 인천 검단지구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계기로는 'LH카르텔 혁파 방안'을 내놨다. 주요 내용은 △공공주택 민간 단독 시행 허용을 통한 경쟁체제 도입 △설계·시공업체 선정권한의 조달청 이관 △전관업체 입찰 참가 제한 강화 등이었다.
이같은 개혁안이 시행 중임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LH의 '택지 조성 후 민간 매각' 구조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구조적 개혁을 다시 주문했다.
김윤덕 후보자도 이 같은 대통령의 기조를 강조하면서, 조만간 본격적인 개혁 드라이브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혁은 토지 매각 중심의 사업구조, 과도한 권한 집중, 공공성과 수익성 간 모순, 내부 비리와 전관예우 관행 등을 정조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혁이 택지 조성부터 주택 건설·공급까지 LH가 직접 수행하는 '싱가포르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고 본다. 민간 매각 대신 직접 공공주택을 공급해 공공성을 높이는 구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LH가 일부 택지에서 공공주택을 직접 공급해 분양가를 낮추는 모델이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모든 택지에 아파트를 직접 건설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역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지만 한국은 광범위한 국토를 가진 국가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며, 3기·4기 신도시 전체를 LH가 직접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LH의 수익구조와 부채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LH는 택지 개발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공공임대쪽 적자를 메우는 구조"라며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이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LH의 부채가 160조 원이 넘는다"며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선 정부의 공적 자금 지원이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택지 공급, 주택 건설, 주택 관리 등 각 기능을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구조개혁을 통해서 민간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자칫 성과는 좋지 않은데 사회적인 비용만 많이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LH의 내부 비리와 전관예우 관행 타파도 개혁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과거 직원들의 도덕적, 윤리적 문제가 반복된 전력이 있다"며 "투명성 강화를 위한 시스템 마련과 함께, 내부 비리와 전관예우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H는 현재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큰 동요 없이 새정부의 구조개혁 의지를 예의 주시하면서 향후 정책을 기다리고 있다.
LH관계자는 "현재는 공공성 강화를 중심으로 한 구조개혁이라는 큰 줄기만 제시된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면 그에 맞춰 세부 개혁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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