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안전불감증의 추억 '어게인 1993?'
- 임해중 기자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지난 설 연휴 기간 고향을 찾은 기자는 여수에서 굴 양식을 20년 넘게 해온 막내 외삼촌의 이같은 넋두리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 그는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늑장 대응한 당국과 기업들의 '안전불감증' 때문에 더욱 피해가 컸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안전불감증을 '범죄'로 보지 않는 이상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외삼촌의 말을 들은지 얼마 안돼 이번엔 어처구니 없는 인명사고가 터졌다. 지난 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의 강당 붕괴사고로 부산외대 학생 10명이 생명을 잃고 103명이 다친 사고다.
이 사고 역시 안전불감증이 부른 참사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이나 판자 속에 단열재를 넣는 방식이기 때문에 화재에 취약하고 하중을 견디는 강도가 약한 저가 건축재료의 하나다. 규모가 큰 건축물을 지으려면 안전성 확보를 위해 철 구조물로 이뤄진 기둥을 곳곳에 설치해 하중을 떠받히도록 설계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강당에는 중앙부분에 기둥이 아예 설치되지 않는 등 건물을 지을 때부터 안전수칙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코오롱그룹 계열기업인 마우나오션개발의 관리감독 소홀이 부른 인재(人災)다. '눈폭탄'으로 쌓인 눈을 치우지 않은 채 행사를 진행시킨 리조트 회사의 처사는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앞서 벌어진 잠실 롯데월드타워 화재사고는 인명사고가 나지 않았을 뿐 불감증을 넘어 '안전 무(無)감증'이다. 1년도 안돼 이곳 현장에서 3건의 사고가 연이어 터지며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작 롯데 측은 쇼핑몰 등을 조기 개장하겠고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부산 북·남항대교 접속도로 붕괴 사고 이후 안전과 관련된 대책을 세우겠다던 정부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이러다 1993년부터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화재 등 줄줄이 터진 대형 참사가 또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영국 등 선진국은 안전 문제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와 관련된 기업주를 범죄자(과실치사)로 보고 구속·처벌하는 '기업살인법'을 운영한 뒤 안전 사고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정부는 시설물 안전대책을 다시 한번 되짚고 이를 강화해 '안전불감증은 곧 범죄'라는 경종을 다시 한번 울려야 할때다.
haezung22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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