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토익시험'과 '비행검사'는 동격이라는 공항공사
- 곽선미 기자
(세종=뉴스1) 곽선미 기자 = 한국공항공사가 비행검사의 '짜깁기' 논란이 확산되자 억울하다는 입장을 이같이 표현했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할 공항공사가 이같은 얘기를 할 수 있는지 순간 귀를 의심했다.
공항공사가 자체 개발한 이동형 전술항법장치(태캔)를 공군에 납품하기 위한 위법여부는 조사를 통해 가려지겠지만 편법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공군에 납품한 태캔의 경우 3차례 비행검사 중 2차례는 불합격하고 1차례 합격한 내용만을 공군에 보낸 것인 만큼 크게 문제가 없다는 공항공사의 태도는 '모럴 해저드'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서울공항에 설치된 계기착륙장치(ILS) 역시 설치 '지형'에 영향을 많이 받아 비행검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는 게 공항공사의 주장이다. 장치에 이상이 없어도 장소상 부적격이 나오기도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토부의 해명은 공항공사의 주장과 달라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국토부는 ILS 운영 개시 전 비행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장치를 아예 사용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나아가 전문가들까지 동원해 민관합동 조사반을 꾸려 정밀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지형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정부의 태도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공항공사가 자체 개발한 ILS의 해외수출을 추진할 당시 장관의 협조서한을 써준 사안과 관련해서다. "국산 시스템의 외국 수출은 정부가 나서서 장려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2008년 당시 ILS 수출을 앞두고 '선의'로 장관의 협조서한을 써줄 수 밖에 없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서한 내용도 성능에 직결된 게 아니라, 공항공사가 ILS 프로젝트를 진행할 충분한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내용이어서 문제될 소지가 없다는 태도다.
일각에서는 항공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에서 해당 시스템에 대한 어떠한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고 장관 명의의 서한을 내준 것은 너무 공항공사 위주로 편의를 봐준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과연 ILS는 운영되지 않아도 전혀 이상이 없느냐 하는 점은 또 하나의 의문점이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정부와 공항공사 측은 "ILS가 운영되지 않더라도 정밀접근레이더로 착륙을 유도할 수 있어 서울공항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기 추락사고와 관련해 최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밝힌 보고서를 보면 기장들이 공항의 ILS 고장 사실을 알고 긴장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추락사고의 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또 200명의 사망자를 낸 1997년 괌 대한항공 추락사고는 ILS 고장으로 발생했다. 정부가 차제에 국산 항행시스템 전반에 대한 안전 문제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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