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 정책쟁점 그것이 알고싶다 (10) 경찰개혁, 표심잡기용 선심공약?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 News1 이종덕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 News1 이종덕 기자

18대 대통령선거 여·야 후보 ‘빅2(박근혜·문재인)’가 내세운 경찰공약의 핵심은 단계적인 경찰인력 증원, 그리고 검·경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다.

두 대선후보의 경찰 공약은 최근 잇달아 발생한 검사 비리 사건에 따른 ‘검찰개혁론’과 맞물려 시대적인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추진의지와 재원확보 방안이다. 경찰 내부에선 후보시절 약속했던 공약이 집권 후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5일 전남 여수시 서교동 여수 서시장 앞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2.12.0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박근혜 5년 동안 2만명 증원…수사권은 합리적으로 배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5년간 해마다 4000명씩 총 2만명 경찰인력 증원 ▲검‧경 협의를 통한 수사권의 합리적 배분 추진 ▲경찰청장 임기 보장 ▲경찰관 보수와 수당 현실화 등을 경찰개혁의 4가지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다.

박 후보는 지난 10월 19일 이 같은 경찰개혁안을 발표하며 반(反)사회적 폭력과 범죄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5년 장기 계획으로 경찰 인력을 2만명 증원하겠다는 것은 경찰관 1인당 담당인구를 선진국 수준인 400명 이내로 맞추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증원한 인력을 우범자 관리 전담팀, 학교폭력 전담팀, 112종합상황실 등에 우선 배치해 치안수준을 끌어 올린다는 것이 박 후보의 생각이다.

또 수사권의 합리적 배분을 통해 검‧경 수사권 갈등을 풀고 경찰청장 임기 보장과 경찰관 보수‧수당 현실화를 제안했다.

박 후보는 “살인, 강간 등 5대 강력 범죄는 2008년 54만건에서 지난해 61만건으로 증가한 반면 검거는 41만건에서 38만건으로 감소했다”며 “경찰을 탓하기 전에 경찰인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돌아 보겠다”고 경찰개혁안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첫 번째 대선후보 TV토론회를 끝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환한 얼굴로 퇴장하고 있다. 2012.12.4/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문재인 3만명 증원…수사권 경찰·기소권 검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경찰공약은 수사권은 경찰, 기소권은 검찰로 분배하고 경찰인력을 3만명 증원하겠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박 후보처럼 ‘경찰개혁한’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거나 구체적인 경찰관련 정책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대신 대통령의 검찰총장 임명권 폐지 등을 담은 ‘검찰개혁안’을 발표하는 등 검찰 견제로 경찰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선 문 후보는 지난 10월 19일 서울 종로구 동묘파출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본적으로 수사권은 경찰에게, 기소권은 검찰에게 분리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며 경찰의 수사권 보장을 약속했다.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경찰관들의 사기를 위해서 만이 아니라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검찰에 집중돼 있는 권한 분산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또 전·의경을 없애는 대신 경찰인력을 3만명 증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경찰 인력을 증원하고 시국치안으로 쏠리는 인력을 민생 치안으로 전환하는 한편 여성경찰관도 지속적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문 후보는 “용산참사나 쌍용차 사건을 보면 부족한 경찰인력이 시국치안 쪽에 할애되는 바람에 민생치안이 약화됐다”며 “경찰인력을 제대로 확보해 주는 것이 굉장히 시급한 일”이라고 공약 배경을 밝혔다.

◇비슷한 경찰공약…실현가능성은?

두 대선후보가 서로 비슷한 경찰공약을 밝혔지만 일부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아있다.

두 후보는 경찰인력을 증원하고 검‧경 수사권을 조정한다는 큰 틀에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실현케 할 재원마련 방안이나 구체적 법 제도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각 후보들이 발표한 공약대로 경찰인력이 증원되면 전‧의경 2만9000여명을 제외한 현재 10만300명 규모의 경찰 인력은 12만 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르는 인건비 예산을 순경 연봉(3300만원 기준)으로만 계산해도 2만명 증원시 6600억원, 3만명이면 9900억원 가량이 추가로 든다.

그래서 정책실현의 첫 단추에 해당하는 재원확보 방안이 부재한 두 후보의 이 같은 증원계획은 소문만 무성한 잔칫상에 불과해 보인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수사권 조정 문제의 경우 후보 간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난다.

문 후보가 ‘수사권은 경찰, 기소권은 검찰’ 이라는 명확한 이분법을 적용한 것과는 달리 박 후보는 검‧경 협의가 전제된 합리적 배분을 통해 경찰 수사권을 독립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리적 배분’이라는 말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설명이 없어 추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수사의 주체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법적 강제력을 택하는 대신 검‧경 협의를 도출해 수사권을 조정하겠다는 것도 두 수사기관의 정치적 지분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 비리의혹 수사를 놓고 검찰에서 특임검사팀을 가동하자 초유의 수사권 충돌사태가 발생했듯이 박 후보가 제안한 대로라면 또 다른 수사권 갈등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두 후보가 내세운 경찰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강력한 추진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수 경찰청 대변인은 “박 후보와 문 후보가 발표한 공약이 검찰개혁 논의가 나오면서 더 진전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두 후보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기본 정신을 가지고 공약대로만 추진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하지만 수사구조 개혁이라는 것이 실천에 옮겨지기 까지는 험난한 길이 될 것”이라며 “검찰의 항의 때문에 집권 2~3년 차로 넘어가면 흐지부지되는 경향이 있어 집권 초반부터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lenn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