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참사' 선관위, 삼권분립에 감시 사각…외부 통제 불가피
여야 일제히 비판·경질 주장까지…"통제 어려운 구조가 문제"
투표용지 부족 사태 후폭풍…국정조사·제도 개편 요구 고조
-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6·3 지방선거 본투표에서 발생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납득하기 어려운 허점"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여야 정치권도 일제히 비판에 가세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둘러싼 책임론과 제도 개편 요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의 신성한 참정권 행사 과정에 빈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관계기관은 문제 발생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선거 당일인 3일 서울 송파구·강남구·동작구·광진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지연되거나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현장에서는 긴 대기 줄과 항의가 이어지며 혼란이 빚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밤 9시 대국민 사과를 통해 "국민 신뢰를 훼손한 점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선거 관리의 기본이 무너졌다는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초 투표용지 인쇄 하한 기준은 전체 선거인의 60%지만 일부 지역 선관위가 이를 50% 수준으로 낮추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외부 통제가 제한적인 구조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2월 권한쟁의심판에서 "감사원의 직무감찰권은 행정부 내부 통제 장치"라며 선관위는 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이처럼 외부 통제가 쉽지 않은 구조 속에서 그동안 선관위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사전투표 용지를 종이상자 등에 담아 옮긴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2022년 대선)과 고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2023년) 등 관리 부실 논란이 반복돼 왔다.
누적된 선관위 불신에도 정부가 선관위를 직접 제재할 수단이 사실상 전무해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선거 신뢰를 수호해야 할 선관위가 스스로 책무를 저버렸다"고 지적했고, 전용기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관행에 안주한 행정편의주의가 낳은 행정 참사"라고 비판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선관위 사무총장 거취 문제까지 거론했다.
국민의힘도 공세를 이어갔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전대미문의 사태"라며 "관련 책임자 즉각 사퇴와 함께 긴급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사와 견제가 어려운 구조 속에서 선관위가 무소불위 권한을 행사해 왔다"며 전면적인 감찰과 제도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 부처 내부에서도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고위급 핵심 관계자는 "업무 협의 과정에서 선관위가 '알아서 하겠다'며 외부 관여를 차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내부 운영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의 운영 체계뿐 아니라 독립기관으로서의 통제 방식 전반에 대한 점검과 함께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달 중 새 원 구성이 마무리되면 이번 선관위 사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고 국정조사나 제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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