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사회 안전망 튼튼해야 고용 유연성 가능…균형점 찾자"(종합)

"'해고는 죽음' 공포·갈등…'유연성 확보-안정적 일자리' 선순환"
대-중견·중소, 노노 갈등 지적도…"정부 책임질테니 의견 모아달라"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사노위 1기 출범 맞이 노동정책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3.19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김근욱 임윤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1기 출범식을 계기로 노·사·정이 각종 사회 문제와 갈등을 야기하는 고용노동 분야 주요 의제들을 심도 있게 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고용 유연성 확대와 인공지능(AI) 사회로의 대전환을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규정하면서도,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 안전망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노사뿐 아니라 대기업-중견·중소기업 간 갈등, 노동계 안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하청·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간 갈등 상황을 짚으며 경사노위를 매개로 한 전 사회적 대화·숙의를 주문했다.

"'해고는 죽음' 갈등 악순환…고용유연성 혜택에 상응하는 부담도 져야"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경사노위 1기 출범식에 발맞춰 노동정책 토론회를 주재했다. 청와대 참모들과 고용노동부 장관 등 정부 측, 한국노총 등 노동계와 경총 등 사용자 측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산업경제 재편 과정에서의 치열한 경쟁 상황을 지적하며 기업 입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용 유연성 확대 요청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전제했다. 다만 노사 간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고용 유연성 확대는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오히려 극한 갈등을 야기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처럼 국제적 경쟁이 치열할 때는 개별 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가 매우 중요한 과제이고, 그러다 보면 쉽게 노동 비용을 아끼는 방향으로 가고 싶어 한다"며 "그런데 노동 비용을 계속 아끼는 것만이 과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냐는 것도 과거와 다른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중심의 조직, 정규직 중심의 노동자 입장에서는 '해고는 죽음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현실이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며 "정규직 노동자의 지위를 잃게 되면 그다음부터 기다리는 건 참혹한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정규직으로 뽑아 놓으면 꼼짝 못 하고 어떤 상황이 돼도 유연하게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을 겪으니 아예 정규직으로 안 뽑는 것"이라면서 "그러니까 점점 나빠지는 것이다. 모든 게 악순환인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는 게 부담이 되긴 하지만 사회 안전망을 튼튼하게 갖추면 기업 입장에서도 유연성이 확보되는 대신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선순환으로 바꿀 수 있다"면서 "'해고는 죽음'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 즉 사회 안전망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면서도 고용 유연성 확대를 위해선 기업의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노사 간 대화를 통한 신뢰 관계 형성은 이같은 점진적 전환을 위한 필수 요소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사회 안전망 강화에는 비용이 들고, 고용 유연화에 따라 기업 측은 혜택을 볼 것이다. 그러면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새로운 균형점을 어디에 만들까에 대해 논의하는 게 (경사노위의) 주요 의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사노위 1기 출범 맞이 노동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6.3.19 ⓒ 뉴스1 허경 기자
대-중소 기업, 노노 간 갈등도 심각…"제도화는 정부 책임, 의견 모아주길"

이 대통령은 사용자와 노동자 측의 심각한 대결적 구도와 함께 노사 각각 내적으로 또 다른 종속적 층위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사용자들 사이에선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일부 강압적·약탈적 관행이 굳어진 데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기업 내에서도 양극화가 있다"며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양극화와 일종의 착취 관계가 있다면, 이런 것도 시장에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중소기업은) 좋은 인재를 쓸 수도 없고, 경영 개선이나 기술을 개발해봤자 (대기업에) 다 빼앗기니까 그보다는 차라리 대기업 임원 로비하러 다니자는 게 있다고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중소기업과 대기업 관계에서는 노동자층과 중소기업 입장이 같은 면이 있다"고 했다.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하청 노동자 간 갈등과 시각차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규직 우월적 구조 타파를 위한 제도적 개선과 함께 사회 전반 인식 변화 필요성에 대한 고심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일을 했는데 왜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대가가 차별이 생기느냐"며 "헌법상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일인데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보수를 덜 받는다"라며 "원래 더 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 불안정에 대한 대가도 지급돼야 되는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불합리한 시스템 속에서 좀 더 많은 이익을 얻는 소수의 자리를 차지하는 게 능력(이란 인식이 있는 듯하다)"이라며 "경쟁을 통해 그 자리(정규직)를 차지하는 게 정의다, 이게 마치 가장 바람직한 것처럼 착각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사실 쓰는 쪽에서는 분할해서 얻는 이익이다. 서로 싸우니까 노동자들의 단결도 좀 완화하는 효과도 있는 거 같다"고 노노(勞勞) 갈등 상황을 꼬집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정말 공감해서 필요하다고 하면 사실 그런 것은 법제화해야 한다. 저희(정부)가 책임질 테니 의견들을 모아달라"면서 "국민들께도 많이 알려드려야 하고, 국민들도 이 토론에 실제로 참여해야 하고, 실질적인 국민들의 합리적 의사를 잘 추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