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호르무즈 호위'…트럼프 요청 '군함 파견' 딜레마

靑 "한미 신중 검토해 판단"…국회 비준, 국론 분열 우려
트럼프 요청 거절도 쉽지 않아…정부 "다양한 방안 모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3.0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한재준 임윤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청을 받아 든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고, 동맹국인 미국의 압박을 뿌리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군함 파견 자체가 '참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부담해야 할 위험이 상당하다.

다국적군의 호위 작전에 참여하려면 국회 비준이 필요해 군함 파견 논의가 국론 분열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청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계부처와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은 많은 국가, 특히 관련국들이 해협의 개방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여 군함을 파견할 것(will be sending War Ships)"이라며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을 언급했다.

이에 청와대는 전날(15일) 파견 여부과 관련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 당한 태국 화물선. 2026.03.11 ⓒ AFP=뉴스1
국회 비준 필요…국론 분열 가능성에 정부 '고심'

만약 미국의 요청대로 군함을 파견한다면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주둔하는 청해부대가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과거 청해부대가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했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미국·이란 긴장이 고조될 당시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 작전에 동참하라는 미국 측의 요청에 청해부대 작전 범위를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독자 작전을 수행하는 방식의 우회로를 택했다. 교전에 휘말리지 않고, 이란과의 관계도 고려하기 위한 선택지였다.

하지만 이번 중동사태는 이란군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우리 군의 독자 작전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다국적군 참여 방식으로 간다면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국회 비준 과정에서 찬반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3년 이라크전 2차 파병(자이툰 부대) 당시에도 여론이 엇갈리면서 국회 동의를 얻는 데까지 약 4개월이 소요됐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국론이 분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관계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 수행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어느 누가 남의 전쟁에 자식을 보내겠냐. 국내 여론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13일 경남 창원시 진해 군항에서 열린 청해부대 44진 강감찬함(DDH-II·4400톤급) 파병 복귀 입항 환영행사에서 청해부대원들이 복귀 신고를 하고 있다. (해군작전사령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5.13 ⓒ 뉴스1 윤일지 기자
파견 요청 거절도 쉽지 않아…'항행 자유' 명분 제한적 작전 수행 모색할 듯

'호위' 목적의 작전 수행에 한정한다고 하더라고 군함 파견 자체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한다. 이란은 좁은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고 소형 고속정으로 게릴라 작전을 수행해 다국적군 호위 작전에 참여하는 자체만으로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란 정부는 비침략국에 한해 선별적으로 해협 운항을 허용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미 행정부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미 정부가 국방비 지출 확대 등 동맹현대화를 비롯해 핵추진 잠수함 도입, 원자력협정 개정 같은 안보 협상을 병행하고 있어 군함 파견 거절 시 향후 더 큰 청구서를 들이밀 가능성이 높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 핵잠 도입 등 여러 가지 안보 사안을 해결해야 해 복잡한 상황"이라며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군함 파견의 딜레마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다른 동맹국의 의사결정 상황을 지켜보며 최선의 선택지를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며 국제법의 보호 대상"이라는 명분을 세운 만큼 군함을 파견하더라도 제한적인 작전 수행에 한정하는 방식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