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1년' 공직사회 칼바람…"내란청산" vs "적폐청산 시즌2"

李대통령 "당연히 해야될 일"…단기 집중조사로 동요 최소화
'신상필벌' 의지에도…정치 보복·인사적체 우려 제기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1.1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이기림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정부가 공직 내 내란동조 세력 솎아내기에 착수한다. 진상 규명 과정을 거쳐 내란 협조자는 징계하고 헌정수호 봉직자는 대우하는 신상필벌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지이다.

정부는 정권교체 이후에도 내란에 동조한 공직자가 승진하거나 처벌받지 않음으로써 공직사회 내 분열·불만이 고조되는 상황도 감안했다고 설명한다. 명확한 책임소재 규명이 이뤄지면 이재명정부 국정동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공직 사회 내부에서는 정권교체기 반복돼온 '적폐청산 시즌2' 우려가 상당하다. 내란 청산 작업으로 인사 지연이 불가피한 점도 국정 운영에 일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 계엄 동조·협조자 전수조사…李대통령 "당연히 해야될 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현재 내란 재판과 수사가 장기화되며 내란극복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면서 '헌법존중 정부혁신 TF(태스크포스)' 구성을 제안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연히 해야될 일 같다"면서 "특검에 의존할 게 아니고 독자적으로 해야될 일 같다"고 즉각 추진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결단은 군 장성급 인사에서 내란 동조 의혹을 받는 인물이 진급자 명단에 포함되고, 부처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한데 따른 문제의식이 발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은 이날 국무회의 직후 즉각 TF 구성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내란청산' 속도전에 나섰다.

오는 21일까지 49개 중앙행정기관에 기관별 TF가 설치되며, 조사범위는 비상계엄 기준 6개월 전·4개월 후까지이다. 사전모의, 실행, 사후 정당화·진실 은폐와 관련된 명백하고 직접적 행위는 조사 및 책임 추궁이 뒤따른다.

12·3 비상계엄의 직접적 당사기관 및 조직 내외부에서 문제제기가 많았던 △군(합참) △검찰 △경찰 △기획재정부 △외교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총리실 △국방부 △소방청 △해양경찰청 등 12개 기관은 집중 점검 대상기관으로 운영된다.

TF 내부조사에 따라 내란에 직접 참여하거나 협조한 행위에 대해선 징계 등 인사조치와 함께, 사안에 따라선 형사처벌까지 가능할 수 있다. 경증 동조·가담자의 경우 인사 참고자료로 활용해 불이익이 예상된다.

공직사회 '술렁' 野 "정치보복" 비판…내년 초까지 인사 지연 불가피

정부는 "내란재판과 특검수사의 지연으로 내란청산이 장기화되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점증 및 공직사회 내부의 반목과 불만이 확산된다"면서 TF 출범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대대적 감찰 착수에 따른 공직사회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달 12일까지 기관별 조사대상 행위 확정·보고를 마치고, 내부 인사조치를 2월 중 마무리한다는 속전속결 계획을 밝혔다.

또한 "책임자에 대한 징계와는 별개로 조사과정에서 내란 저지, 지연 등의 공적이 밝혀지는 경우 포상 등 추진" 방침으로 당근책도 제시했다.

그러나 공직사회는 정부의 TF 구성·활동과 관련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공과에 따른 상벌은 불가피하더라도, 조사기간 중 업무차질과 인사 지연이 예상돼서다.

중앙부처 한 국장급 인사는 "정권이 바뀌면 지난 정부 사람들이 물러나는 것은 익숙한 수순이고 잘못에 책임지는 것 역시 당연하지만 분위기는 당연히 가라앉지 않겠느냐"며 "가뜩이나 늦어지는 인사도 2월까지 올스톱될 듯 해 동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일각에선 이번 TF 조사가 정치보복에 활용될 것이란 비판도 즉각적으로 터져나왔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내란특검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나고 내란특별재판부가 여론에 막혀 좌초되자 이번에는 '정부 버전 내란청산'으로 우회하려는 그야말로 신박한 시도"라고 비난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때는 '적폐청산' 지금은 '내란청산', 이름만 바꿔 달았을 뿐 본질은 똑같다"며 "정권에 불편했던 공무원을 골라내고 다른 생각을 가졌던 사람을 숙청하겠다는 정치 보복의 칼날이 다시 번뜩이고 있다"고 했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