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지아 사태' 넘긴 韓, 관세 협상 지렛대…유엔총회 '한미회담' 분수령

구금 한국인 직원 316명 귀국…기업 불안 고조 속 대미 투자 위축 우려
비자·관세 후속 협의서 유리한 고지 노려…유엔총회 계기 정상회담 주목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현장에서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근로자들이 구금된지 8일만인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공동취재)2025.9.1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미국 조지아주 구금 사태를 계기로 한미 관세 협상이 새 국면을 맞았다. 비자 등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는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지렛대 삼아 교착 상태에 빠진 관세 협상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이민 단속으로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직원 316명이 12일 한국에 도착했다. 기습 구금 8일 만이다.

이번 사태는 대미 투자를 독려하는 미국이 '제조업 협력'의 상징인 현장에서 우리 국민을 체포해 충격이 크다. 더군다나 우리 기업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1500억 달러를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언제든 '제2의 조지아주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상태라면 미국 현지 직접 투자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 매우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 입장에서는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한다는 게 앞으로 온갖 불이익을 주거나 어려워질 건데 이것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대미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지렛대 삼아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유리하게 풀어 나간다는 복안이다. 투자 심리 위축과 사업 지연 등의 우려를 제기해 관세 협상 돌파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현재 양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협력 펀드와 관련해 운용 방식, 결정 구조, 이익 배분 방안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두고 후속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미 측은 일본에 준하는 합의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협상은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인 전문인력만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 비자(E-4) 연 1만 5000개 발급 내용을 담은 '한국 동반자법' 관철을 요구할 수도 있다. 지난 2012년부터 미 의회 통과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한편 열흘 앞으로 다가온 유엔총회가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제80차 유엔(UN)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한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관세 협상의 세부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황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협상에서 이번 이슈를 부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 국민과 기업의 우려를 전달하고 투자 부문 협상에 이용할 수 있다"며 "민간 기업이 약속한 1500억 달러 직접 투자금을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