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고 찍으면 어떨까요"…李대통령, 장동혁-정청래 '악수' 중재

통합 넥타이 차림으로 장동혁 환대
"세게 하실줄 알았더니, 한번 더 말씀하세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9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한재준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97일 만에 야당 대표와 마주앉았다. 여야의 극한 대치 상황 탓에 냉랭한 조우가 우려됐지만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간 3자 회동은 큰 마찰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초청해 오찬을 겸한 3자회동을 가졌다. 대통령실에선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 김병욱 정무비서관이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화합과 통합을 상징하는 빨강·파랑·하얀색 교차 줄무늬 넥타이 차림으로 약속된 시간에 맞춰 대통령실 연찬장에 들어섰다. 이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장 대표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고, 두손으로 장 대표 오른손을 감싸쥐며 반가움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장 대표와 악수를 나눈 뒤 정청래 대표를 이끌어 장 대표와 악수를 중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진 기념촬영에서도 "손을 잡고 찍으면 어떨까요"라며 "환영합니다"라고 분위기를 리드했다.

자리에 착석한 이 대통령은 "먼저 축하드립니다"라며 국민의힘 대표직 당선에 덕담을 건네며 "어려운 환경인데 국정도 많이 도와주시라"고 요청했다. 이에 장 대표는 "아이고 감사합니다"라며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여야, 특히 야당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공개 모두발언 첫 순서도 장 대표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 대표는 미국 조지아주 우리국민 억류 사태를 시작으로 △관세협상 △노란봉투법 △특검 수사 △내란 특별재판부 등 예민한 정치사안을 꺼내들며 이 대통령의 적극적 중재와 양보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더 세게 하실 줄 알았는데, 감사합니다"라고 위트있게 넘기면서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정 대표에 이어 마지막 순서로 모두발언을 한 이 대통령은 야당과 협치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 후 "우리 장(동혁) 대표님, 정(청래) 대표님이 하신 말씀 때문에 더 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아서 공개적으로 한번 더 (발언)하시겠느냐"면서 "말씀 한번 하십시오, 반론하고 싶은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라고 각별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시 한번 마이크를 잡은 장 대표가 야당의 제반 요구에 대한 전향적 입장 변화를 재차 요청하면서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간 첫 3자 회동은 모두발언만 25분여가 소요됐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