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 요구' 피했지만 '빅딜' 없었다…선방한 정상회담, 실무협상 과제

전문가들 "농산물 개방·방위비 증액 등 돌발 요구 피해 선방"
"합의 명문화 부재 아쉬움…'상시 협상 체제'서 국익 지켜야"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전문가들은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돌발 요구'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점에서는 안도하면서도, 통상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낼 '빅딜'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평가했다.

정상 간 소통의 물꼬는 텄지만, 향후 '상시 협상 체제'로 전환될 실무 협상에서 국익을 지켜내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25일(현지시간)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경제·통상 분야 안정화 △국익에 부합하는 동맹 현대화 △새로운 협력 분야 개척 등 3대 목표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대통령실은 조선과 원자력 분야 등을 중심으로 양국의 협력에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국 기업간 △조선 △원자력 △항공 △LNG △핵심광물 등 5개 분야에서 2건의 계약과 9건의 MOU 체결이 이뤄졌다. 기업들은 1500억 달러 수준의 직접투자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관세협상에서 합의한 3500억 달러 투자펀드와는 별개로 이뤄진 것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경제·통상 안정화 세부내용에 대한 협의 과정은 남아있다"면서도 "전체적으로 투자, 구매, 제조업 협력에 대해 정상 차원의 논의가 있었고 앞으로 후속 협의가 진전될 것이라 경제·통상 분야의 안정화가 한 단계 진전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던 농산물 분야 개방 문제나,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관련 논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의제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돌발청구서' 피했다…"불확실성 걷어내 선방, 합의 명문화 부재 아쉬워"

전문가들은 미국과 정상 간 소통의 물꼬가 트였다는 점과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요구가 없었다는 점에서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된 것으로 평가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양국 정상 간 신뢰를 쌓아서 협력 의지로 발전되고,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각 기업의 파트너십으로 확산하는 모습이 보여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방위비 문제 등에 있어 미국이 강하게 나오는 것에 대한 염려가 가장 컸는데, 청구서가 없었다는 점만 하더라도 다행이고 긍정적인 부분"이라며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까지 미국의 상황을 보며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우려했던 농산물·축산물 수입 개방, 방위비 등 미국의 추가적인 요구 사항이 없었다"며 "기존 협상안대로 추진되는 것으로 보여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우리 경제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날 일각에서 기대했던 정상 간 '빅딜'이 없었던 점이나, 유럽연합(EU) 등 여타 국가와 달리 합의의 명문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명문화된 합의가 도출돼 무역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돌발 요구나, 방위비 인상을 관철하기 위한 무역 합의를 뒤집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며 "기대 부분은 반영이 안 됐지만, 우려했던 부분도 나오지 않은 만큼, 선방한 동시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남은 과제는 '상시 협상'…실무협상서 국익 극대화해야

전문가들은 통상 관련 세부 협상이 사실상 상시 체제로 전환된 만큼, 향후 협상 과정에서는 기존 합의안의 큰 틀을 유지하며 국익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개별 현안을 둘러싼 양국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향후 실무 협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협상보다 실무진 간의 협상이 더 안정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협상의 기회 요인을 찾을 수 있다고 봤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 단장은 "큰 틀의 장애물은 넘어선 것"이라며 "실무협상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협상보다는 원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상호호혜적이면서 균형을 만들 수 있는 협상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앞으로 추가적인 요구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통상 협상이 상시적인 체제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특별히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있을 수 있는 추가 요구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존 합의를 지키는 '수세적 대응'을 넘어, 국익을 극대화하는 '능동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원장은 "원자력 협정 개정, 농축산물 개방 문제, 디지털 분야 협상, 투자펀드 등에 있어 양국간 입장을 좁히면서, 우리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다른 국가들이 한국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타결할 경우, 그런 부분을 요청해 함께 적용받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미국과 공동 성명을 발표한 EU의 경우에도 문서를 보면 결국 양국이 계속 협상한다는 얘기들이 곳곳에 있으며, 무역합의를 이룬 국가들 대다수도 구체적인 이행 방안 등을 계속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경쟁국가에 비해 불리한 점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무 협의에서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고, 너무 늦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미중 경쟁 구도라는 거시적 변수 역시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이라며 "이를 충분히 활용하는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