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자체 개혁안' 어떤 내용 담길까

'정치 관여 금지' 관련 규정 강화될 듯… 직원 계급연장도 검토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4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국정원이 현재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인 자체 개혁안엔 현 정부 출범 이후 추진돼온 국정원의 조직 및 업무 개편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현행 국정원법상의 규정만으론 그 이행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온 사항들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원의 대공(對共) 수사권 폐지 등은 검토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전해져 추후 이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행 국정원법은 원장 이하 직원들에게 정당이나 정치단체 결성·가입을 지원·방해하는 행위, 그 직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한 지지·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그런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정치인을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등을 비롯한 일체의 '정치 활동 관여'를 금지토록 하고 있다.

또 이를 위반해 정치 활동에 관여한 직원에 대해선 5년 이하 징역과 5년 이하 자격 정지에 처하고, 미수범 또한 처벌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이 같은 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부에서부터 계속 논란이 돼왔던 상황. 특히 지난해 대선 과정에선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이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인터넷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여야 간 공방 끝에 검찰 수사에 이어 현재 재판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이 마련 중인 자체 개혁안엔 직원들의 정치 관여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보다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정원이 심리전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해온 인터넷 '댓글' 작성의 경우 그 대상과 유형, 내용 등을 엄격히 제한하거나 아예 금지토록 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하는 국정원 개혁은 법률이 정한 설립 취지와 기능, 역할 등에 맞게 국정원 운영을 '정상화'하는데 있다"며 "국정원이 마련 중인 자체 개혁안에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또 국회나 정부 부처 등의 국가기관, 그리고 언론사, 대기업, 각종 단체 등의 동향 파악을 목적으로 이뤄져온 직원의 상시 출입 관행을 원칙적으로 폐지함으로써 정치 개입 시비를 차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국정원은 직원들의 업무 안정성 및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현재 2급은 5년, 3급은 7년, 4급은 12년, 5급은 18년으로 돼 있는 직원들의 계급정년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는 50대 초중반에 계급정년을 맞는 일부 직원들의 '정치권 줄 대기' 등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국정원은 앞서 직원들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도입한 '전문관' 제도와 관련해서도 정원과 연간 임용규모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국정원직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 지난 7~8월 입법예고했다.

현행 국정원직원법 시행령은 연령에 관계없이 재직 기간이 5년 이상, 연령정년·계급정년이 10년 이상 남은 국정원 5급 직원 중에서 5급 정원의 2% 이하 인원을 전문관으로 선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엔 54세 이하 4~5급 직원 가운데 재직 기간이 5년 이상인 사람 중에서 1~9급 전체 직원 정원의 3%를 전문관으로 선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계급정년 연장은 국정원직원법 개정 사항인 만큼 법 개정 이전에라도 계급정년이 임박한 직원들을 전문관으로 재임용해 연령정년(60세)까지 신분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둠으로써 이들의 이탈이나 동요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에 대한 계급정년 연장의 경우 군인, 경찰 등 다른 조직과 비교할 때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여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국정원은 현 정부 들어 제1·2·3차장의 소관 업무를 종전의 해외·국내·대북 관련 정보에서 각각 '대북 및 해외 국익 정보', '대공수사 및 대(對)테러·방첩 등 보안 정보', '사이버·통신 등 과학정보'로 재분류하고, 소관 분야에 대한 업무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각 차장 산하에 2명씩의 차장보를 두는 등의 조직 개편을 진행해왔다.

이 같은 국정원 내 조직 개편은 법 개정 사항이 아니라 현행 국정원법상 원장이 대통령의 승인만 받으면 된다.

이와 관련, 이날 일부 언론은 '국정원이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현행대로 유지하되, 제3차장을 과학기술차장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자체 개혁안을 마련해 최근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보도했으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도된 내용의 대부분은 현 정부 들어 국정원에서 새롭게 시행하고 있는 것들이다. 국정원 개혁안 마련은 현재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국정원 고위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오늘 보도된 내용은 국정원의 '셀프(자체)' 개혁안이 아니라, 남 원장 취임 이후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바꿔 현재 유지하고 있는 것들이라고 확인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에선 국정원 개혁 방향과 관련, "최소한 국정원을 대통령 직속 기관에서 제외하고,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또한 검찰·경찰 등 다른 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나, 청와대 등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국정원의 자체 개혁안이 제시되더라도 그에 따른 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황우여 새누리당·김한길 민주당 대표와의 '3자 회담'때도 민주당 김 대표가 국정원 국내 정보 파트 폐지와 함께 대공 수사권 이관을 요구하자,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과 외국의 예 등을 볼 때 국정원이 국내에서 대공·간첩 정보수집 활동을 하는 게 옳다"며 "수사권 역시 국정원의 활동을 유효하게 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