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사태 '청와대 기획설' 논란 확산

'혼외 아들설' 관련, 청와대 민정수석이 채 총장 만난 것 확인
靑 "정치적 사안 아니다" 설명에도 청와대 개입 의혹 '모락모락'
박지원 민주당 의원, '청와대 기획설' 제기...靑 미온적 대처도 '의혹' 부추겨

15일 오후 서울 세종로 빌딩 사이로 청와대가 보인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 회담에 참석하겠다며 박 대통령에게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문제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가 3자 회담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3.9.1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허남영 박상휘 기자 = 청와대가 '혼외 아들' 논란으로 검찰총장직에서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사태'에 대해 '개인 윤리에 관한 문제이지 정치적 사안은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기획설'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16일 일부 언론이 정치권과 검찰 등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혼외 아들설'이 제기된 채동욱 검찰총장 사생활에 대해 지난달 이미 조사에 착수해 채 총장의 혼외자로 알려진 채모군 모자(母子)의 혈액형 등 개인정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보도들은 채 총장에 대한 청와대의 조사는 지난달 5일 김기춘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 등이 등용된 청와대 비서실 대폭 개편 이후 본격화됐다고 전하고 있다.

홍경식 민정수석이 지난 8일 '혼외 아들설' 문제와 관련해 채 총장을 만난 사실도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홍 수석이 채 총장을 만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민주당이 요구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청와대가 8월 한달간 채 총장을 사찰했다"고 주장하며 '청와대 기획설' 의혹의 핵심을 찌르는 폭로성 문제제기를 했다.

박 의원은 특히 "곽상도 청와대 전 민정수석이 해임당하면서 이중희 민정비서관에게 채 총장에 대한 사찰자료 파일을 넘겨줬다"며 채 총장에 대한 청와대 조사가 훨씬 이전부터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이중희 비서관이 김광수 공안2부장에게 '채 총장은 곧 날아간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면서 "그 전부터 지금은 물러간 곽 전 민정수석과 국정원 2차장이 채 총장을 사찰하고 있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알려지고 퍼졌다"고도 했다.

이처럼 채 총장 사퇴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속속 제기되면서 이같은 논란이 "사안의 본질이 아니다"며 "진실규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청와대의 논리는 상당부분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청와대 기획설'에 대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기 보다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상황도 의혹을 증폭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채 총장 건은 공직자 윤리에 관한 것이지, 검찰의 독립성에 관한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채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지시 역시 사퇴 압박용이 아닌 "조속한 진실 규명을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진실 규명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것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뜻으로 봐야 하며 '혼외 아들설'이 사실이라는 점을 증명해서 채 총장이 물러나는 것이 청와대의 압박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하다'는 근거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청와대의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게 하고 있다.

이 수석은 그러나 민정수석실 등에서 채 총장 의혹에 관해 따로 조사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청와대에서 하는 모든 일을 알지 못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청와대는 이날도 민정수석실의 채 총장에 대한 '8월 조사설'과 박지원 의원의 '청와대 기획설' 의혹 제기에 대해 "모르는 내용이다", "민정수석실에서 하는 일을 다 공개할 수는 없다"는 식의 모호한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청와대는 채 총장 임명 전부터 우리 식구로 생각지 않았다"며 "여러 정황상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기도 어려운 난처한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과 야당을 향해 '채동욱 사태'를 정치적으로 악용해서는 안된다는 청와대의 주장이 청와대 개입에 따른 비판적 여론의 예봉을 피하기 위한 물타기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nyhu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