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방중, '신뢰외교' 성과 불구 北核 문제엔 아쉬움도
시진핑과 정상회담 통해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 채택
한중FTA 협상 '진전' 기대… '북핵 불용' 명문화엔 실패
朴대통령 방중 결산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訪中)은 지난 5월 미국 방문에 이은 두 번째 해외에서의 정상외교로서, 방미(訪美) 때에 이어 핵(核) 개발 등 북한 문제와 관련한 공조에 있어 한중 양국 간에 얼마나 의견 접근을 이룰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방중 첫날인 지난 2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취임 후 첫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북 및 외교정책 방향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시아 평화·협력 구상' 등에 대한 중국 측의 지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 당초 기대했던 '북핵(北核) 불용(不用)'의 명문화가 이뤄지지 않은 대목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시 주석의 초청으로 지난 27일부터 중국 방문에 나선 박 대통령은 방중 첫날 오후 베이징 소재 인민대회당 동문 앞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방중 기간 베이징과 시안에서 모두 20여개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환영식 참석 뒤 시 주석과의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에 나선 박 대통령은 한중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목표로 한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채택, 향후 양국관계 발전 및 교류·협력 증진을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마련했다.
특히 이번에 양국 정상이 택한 공동성명은 과거 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분야별 합의사항에 대한 세부 이행계획(액션 플랜)을 담은 '부속서'를 마련한 게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다.
정치·안보 분야의 경우 양국 지도자 간 소통 강화를 포함해 우리나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 간 대화 체제를 신설하는 등의 내용이 부속서에 담겼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올해 초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양국의 새 정부(한국 2월, 중국 3월)가 향후 관계발전에 있어 임기 5년을 뛰어넘어 새로운 20년의 기틀을 마련키 위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또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이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해선 협상 진전을 위해 양국이 보다 더 노력해나가기로 정상 간에 합의함에 따라 "조만간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외에도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통상·금융 등의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했으며, 양국 정부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정부 간 협정 1건과 기관 간 약정 7건 등 역대 대통령 방중 사상 최대 규모인 8건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외에도 양국 정상은 '한중 인문(人文) 교류 공동위원회'를 신설해 양국 간 관련 분야 유대를 강화키로 했으며, 그동안 양국 국민 간 갈등의 소지가 됐던 중국어선의 서해상 불법조업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 틀을 마련키 위해 해양과학기술 양해각서(MOU)도 개정했다.
아울러 두 정상이 역사연구 상호교류 및 협력에 합의한 것은 양국 간의 협력 강화를 위해선 중국 측의 '동북공정' 등 역사 왜곡 시비에 따른 갈등 소지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공통된 인식에 따른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과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이뤄낸 성과는 기본적으로 두 정상 간의 깊은 인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 "지도자 간의 신뢰를 양국 국민 간, 또 국가 간의 신뢰로까지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중(對中) '신뢰외교'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05년 저장성(浙江省) 당서기 시절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을 만난 이래로 8년 간 개인적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시 주석은 박 대통령 방중 첫날 국빈 만찬 주최에 이어 이튿날인 28일엔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대동한 '특별오찬' 자리까지 마련하는 등 '라오펑여우(老朋友·오랜 친구)'로서 박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중국 현지 언론들이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과 관련해 대체로 호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담은 보도를 내놓은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이 이처럼 다양한 얘깃거리를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 또한 적지 않다.
중국 측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북(對北) 문제와 관련해 과거에 비해선 우리 측 기조에 보다 가까운 진전된 입장을 내놓긴 했지만, 우리 정부가 목표했던 '북핵 불용' 또는 '북한 비핵화' 문구의 정상 간 공동성명 명기는 결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두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언급한 사실을 들어 "북핵 문제도 이에 포함된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측이 북한과의 '전통적 관계'를 고려해 성명 문안 조율 과정에서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는 정도로 그 수위를 조절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에 대해 여권 고위 관계자도 "중국은 외교 문제와 관련해선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한다"며 "최근 중국이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이를 공동성명 등의 형태로 명문화하는 데는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전후 상황을 감안할 때 북핵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선 한중 양국 정상 간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면서 "이번 박 대통령 방중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대화·협력 강화 분위기를 계속 유지해나간다면 대북 문제 해결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방중 기간 시 주석뿐만 아니라,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중국 내 정치서열 1~3위 인사들을 모두 만나 한반도 비핵화(非核化) 필요성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토대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 입장을 이끌어내는가 하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란 원칙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중국 지도자들은 북핵 관련 대화 재개에 대해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선행 조치 보다는 대화의 조속한 재개만을 강조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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