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동북아 평화 위해 '새로운 한반도' 만들 것"

박 대통령은 중국 국빈 방문 사흘째인 이날 오전 베이징(北京) 시내 칭화(靑華)대에서 열린 '새로운 20년을 여는 한중 신뢰의 여정'을 주제로 한 연설을 통해 "북한 문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진 동북아 지역은 풍부한 노동력과 세계 최고의 자본·기술을 결합해 세계경제를 견인하는 '지구촌의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의 일부를 중국어로 해 청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한 구성원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안정되고 풍요로운 아시아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한반도가 내가 그리는 '새로운 한반도'의 모습"이라면서 "비록 지금은 남북한이 불신과 대립의 악순환에서 못 벗어나고 있으나, 난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려면 무엇보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핵(北核)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게 중요하다"면서 "북한은 '핵보유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세계와 교류하고, 국제사회의 투자를 받아야 하지만, 핵개발을 하는 북한에 세계 어느 나라가 투자하겠냐"면서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내건 핵무기 개발과 경제건설의 병행 노선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고, 스스로 고립만 자초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만약 북한이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 변화의 길로 들어선다면 한국은 북한을 적극 돕고 동북아 전체도 상생(相生)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한 구성원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된다면 '동북(東北) 3성' 개발을 비롯한 중국의 번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중국의 젊은이 여러분이 이 원대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 자리에 있는 칭화인 여러분이 그런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동북아'를 만드는데 동반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한중 양국관계에 대해선 "수교한지 약 20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우호협력 발전 속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라고 평가한 뒤 "한중관계는 이제 더 성숙하고 내실 있는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내가 정치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온 게 국민의 신뢰인데, 외교 역시 '신뢰외교'를 기조로 삼고 있다"며 "국가 간 관계도 국민 간, 그리고 지도자간의 신뢰가 두터워진다면 더 긴밀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정상회담을 함께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는 지난 2005년 시 주석이 저장성(浙江省) 당서기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이래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난 시 주석과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 발전적인 대화와 협력을 해나가려고 한다. 그래서 지난 20년의 성공적 한중관계를 넘어 새로운 20년을 여는 신뢰의 여정을 시작코자 한다"며 "이틀 전 내가 시 주석과 함께 채택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은 이런 여정을 위한 청사진이자 로드맵"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지금 전(全) 세계가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이 다방면에서 서로 협력을 강화해간다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후변화 등 연성 이슈에서부터 시작해 역내 국가 간 협력 범위를 넓혀간다는 자신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소개한 뒤 "난 앞으로 한국과 중국이 신뢰의 동반자가 돼 '새로운 동북아'를 함께 만들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참석 학생들을 향해 "젊은 여러분의 삶엔 앞으로 많은 시련과 어려움이 있을지 모른다"며 "내게도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어머니를 여의면서 인생의 행로가 바뀌었고, 아버님을 여의면서 한없는 고통과 시련을 겪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인생의 어려운 시기를 헤쳐가면서 내가 깨우친 게 있다면 '인생이란 살고 가면 결국 한줌의 흙이 되고, 100년을 살다가도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결국 한 점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며 "그러므로 바르고 진실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아무리 시련을 겪더라도 고난을 벗 삼고, 진실을 등대삼아 나아간다면, 결국 절망도 나를 단련시킨다"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굴하지 말고, 하루하루를 꿈으로 채워 가면서 더 큰 미래, 더 넓은 세계를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앞으로 문화와 인문(人文) 교류를 통해 더 가까운 나라로 발전하게 되길 바라면서 여러분의 미래가 밝아지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 대통령의 칭화대 연설은 20여분 간 진행됐으며,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천지닝(陳吉寧) 칭화대 총장을 비롯한 내외 귀빈과 학생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