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하한선 낮추고 뒤늦게 수습…의문은 '현재진행형'
역대 60%였던 인쇄 기준 이번엔 50%로…경위 해명은 아직
사전 인지하고도 늑장 대응…노태악 위원장, 이틀 만에 사과 나선다
- 김세정 기자
(서울=뉴스1) 김세정 기자 =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에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투표용지 인쇄 물량 하한선을 50%로 낮춘 배경과 사전 인지 뒤 대응이 지연된 과정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으면서 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5일 선관위 등에 따르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본투표일인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12개, 강남구·광진구 각 1개 등 총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인천에서도 2개 투표소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피해 투표소는 최소 16곳으로 늘었다. 일부 투표소는 마감 시간이 연장됐고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는 투표함 반출에 반발한 시위대가 몰리면서 혼란이 계속됐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 물량 최소 기준을 선거인 60%에서 50%로 낮춘 부분이다. 사전투표는 현장에서 투표용지가 즉시 출력되지만 본투표 용지는 선거일 전에 미리 인쇄한다. 물량에 대한 법령 규정은 따로 없고 선관위가 내부 지침으로 기준을 정해왔는데 이번 선거에서 통상 적용해 온 60% 기준을 50%로 낮췄다고 한다.
선관위는 예산 절감이 아닌 사전투표율과 역대 투표율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한다. 여러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지방선거 특성상 투표용지 종류와 물량이 방대해 보관·관리 부담이 있고, 사전투표가 정착된 상황에서 전체 선거인 수만큼 인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100%를 인쇄하면 관리할 수 없을 정도여서 현실적으로 줄여서 인쇄하는 게 맞고, 사전투표도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줄여 인쇄하는 게 당연한건데 그 기준선이 50%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지역이 50% 기준을 적용한 것은 아니었다. 서울에서도 일부 지역은 55% 또는 60% 이상 물량을 확보했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송파구만 50% 수준에 맞춰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곳은 60%를 찍은 곳이 많다"며 "왜 50% 하한선에 맞춰 인쇄를 했는지는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송파구선관위의 수요 예측이 적절했느냐는 점이다. 선관위는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23.51%)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73.51%를 준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실제 투표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사전투표를 기피하고 본투표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는데도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늑장 대응 의혹 역시 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사태 발생 수 시간 전부터 투표용지가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관위는 당시 여러 투표소에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고 일부 직원들은 개표 준비나 선거 단속 업무에 투입돼 있어 즉각적인 대응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은 이날 개표소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 50분쯤 18개 기동대 1000여 명을 투입해 투표소 앞을 가로막던 약 300명의 시위대에 해산 명령한 뒤 1시간여 만에 투표함을 확보해 이송했다.
선관위는 전날(4일) 외부 전문가 위주로 구성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원인과 책임을 철저히 따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도 이날 오후 4시 경기 과천시 청사에서 직접 대국민 사과 및 브리핑에 나설 예정이다. 사태 발생 이틀 만에 위원장이 전면에 나선 것으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진상규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liminalli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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