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조제 끝났는데 계산 않고 가루약 조제 요구…"거부한 약사 정당"

중앙행심위, 조제 거부 약사 면허정지처분 '취소' 결정
"약사들이 부당하게 불이익 당하지 않도록 구체적 사정 살펴야"

서울 시내의 한 약국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0.9.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처방전에 따른 알약 조제료를 내지 않고 다시 가루약으로 조제해달라는 환자 요구에 약사가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조제가 끝난 알약 대신 가루약으로 조제해달라는 환자 요구를 거부한 약사의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했다고 8일 밝혔다.

앞서 경기도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는 2017년 12월 알약 처방전을 갖고 온 환자 보호자에게 처방전에 따라 알약을 조제하고 복약지도를 한 후 조제료를 청구했다.

환자 보호자가 가루약으로 바꿔달라며 조제료를 내지 않은 채 병원에서 가루약 처방전을 다시 받아와 조제를 요구하자, A씨는 "알약 조제가 끝났으니 알약 조제료를 먼저 줘야 가루약을 조제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 보호자는 A씨를 약사법 위반으로 신고했고, 검찰이 2018년 3월 약사 A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하자 보건복지부는 올해 3월 A씨에게 약사법 위반을 이유로 7일 약사면허 정지처분을 했다.

약사법에 따르면 약사 또는 한약사가 조제 요구를 받았을 때 정당한 이유 없이 조제를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행심위는 약국에서 조제가 시작되기 전 미리 가루약 조제를 요청하지 않은 환자 보호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봤다. 알약 처방전에 따라 알약을 조제해주고 복약지도까지 한 A씨에게는 환자 보호자에게 조제료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조제료 지급을 요구하며 가루약 조제를 거부한 것은 정당한 이유이므로 A씨에 대한 약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위법·부당한다고 결정했다.

민성심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심판국장은 "정당한 이유 없이 조제를 거부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제재해야 하겠지만, 약사들이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없도록 거부행위의 동기, 내용 등 구체적인 사정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