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윤미향 사면, 2030세대 정치 불신 심화시켰다 [전문가 칼럼]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 이재명 정부가 15일 단행한 광복절 특별사면은 논란 그 자체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정경심 교수 부부, 윤미향·최강욱 전 국회의원 등 정치적으로 뚜렷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국민 통합과 민생 회복'을 명분으로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는 상징적인 날을 정치적 이벤트로 전락시키고, 통합보다는 국민 분열을 야기하는 결정이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8~20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광복절 사면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응답이 54%, '적절하다'는 38%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직전 대비 무려 8%포인트(p) 하락해 57%에 그쳤다. 부정 평가는 33%로, 9%p 상승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인 51.1%까지 하락했다. 특히 조국 사면을 부정적으로 본 응답자인 20대와 무당층에서는 지난 2주간 지지율이 최대 16%까지 급락했다. 이러한 데이터는 명확히 보여준다.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은 허울에 불과했고, 오히려 정권에 대한 불신과 2030세대와 중도층의 이탈을 가속했다.
최근 한국 정치 지형은 2030세대의 움직임에 의해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6월 3일 실시된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9.42%의 득표율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15%),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8.34%)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 선거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이었다. 이런 특수한 정치적 환경 아래 2030세대는 명실상부한 '스윙 보터' 세대로 자리매김했다. 과거처럼 특정 진영에 몰표를 주지 않고, 정책‑공정성‑미래 비전에 따라 유동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됐다.
2030세대의 정치 성향은 지난 5년간 공정성에 대한 높은 민감도와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지속해서 중도·보수 성향으로 기울었다. 특히 조국 입시 비리와 같이 청년층에게 민감한 사안에 대해 명확한 반대 의사표시를 해왔다는 분석이 강하다.
경쟁 중심 사회 구조 속에서 청년들은 실패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 분위기에 냉소적이며, 이로 인해 진보정당조차 '기득권 정당'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공정성과 절차적 정의에 대한 강한 민감성은 이들에게 이념이나 진영보다도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공정성'을 상실한 원칙 없는 광복절 사면은 특히 2030세대에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형기조차 절반도 지나지 않은 조국 전 장관 등을 포함한 이번 사면은 '특혜'라는 비판이 타당하다. 이로써 사법부의 권위는 스스로 훼손당한 감이 있다. 게다가 윤미향 전 의원의 사면은 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를 정치적으로 모욕한 듯한 인상을 남겼다.
2030세대는 또 광복절 사면이 정치적 일관성을 상실한 결정이라고 분개하고 있다. 야당 시절 이재명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두고 '국민통합에 역행하는 특혜 사면'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집권 후 동일한 전철을 밟았다는 점에서 정치적 신뢰는 뿌리째 흔들렸다.
2030세대의 정치 불신이나 보수화는 단순한 이념 변화가 아닌 경제적 불안감, 경쟁사회 구조, 기득권 정치에 대한 실망 그리고 공정성에 대한 예민한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여당이나 야당은 청년이 스스로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청년이 정치의 소비자를 넘어 정치의 주체로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지금처럼 2030세대의 '불공정 정치 불신' 정서를 계속 자극한다면 정부와 정당은 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라도 정치 불신이 심화하지 않도록 청년 주도의 정치 변화에 열려 있는 정당, 실천 가능한 정책과 구조개혁을 투명하게 추진하는 것만이 향후 선거에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청년층의 지지를 받아 살아남을 수 있다.
사면은 국민적 공감이 선행돼야만 의미 있는 정치 행위가 될 수 있다. 이번 특별사면은 그 기준을 정면으로 벗어났고, 결과적으로 대통령과 정부의 정치적 신뢰를 훼손했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사면 이후에도 2030세대와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사면 권한 행사의 투명성과 기준 공개 그리고 제도적 개선 논의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번 광복절 사면은 '통합이 아닌 분열의 씨앗',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한 사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정치의 도덕성과 법치주의 그리고 국민적 정통성이 다시 회복되기를 기대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뉴스1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opini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