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한나라당, 국민생각·창조한국당 '눌러'

4·11 총선 정당득표 '7위'를 차지한 한나라당의 로고 (그림=한나라당 홈페이지) © News1 민지형 기자
4·11 총선 정당득표 '7위'를 차지한 한나라당의 로고 (그림=한나라당 홈페이지) © News1 민지형 기자

영남 지역 군소정당이지만 새누리당의 전신 이름을 그대로 딴 '한나라당'이 4·11 총선의 비례대표 투표 결과 0.85%(18만1748명)를 얻어 비례대표 후보를 낸 20개 정당 중 7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5일 영남신당과 자유평화당이 합당해 만들어진 '영남신당 자유평화당(영남신당, 대표 이태식)'이 당명을 변경해 탄생한 정당으로 총선 직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변경하면서 일부에서 '정치 도의를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득표수로만 따지면 현직 의원인 전여옥 의원이 비례대표 1번으로 나섰던 국민생각(득표율 0.73%)이나 5년 전통의 창조한국당(득표율 0.43%)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한나라당은 경북에서 2%(2만4000여명)가 넘는 득표율로 이 지역에서 1.43%를 얻은 자유선진당에 앞섰다. 대구(1.21%)와 경남(1.55%)에서 각각 6위, 부산(0.88%)에서 7위를 기록, 주로 전통적인 '옛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강세지역에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선거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나라당'이라는 당명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 전문가는 "당명과 함께 비례대표 투표용지의 위치도 절묘했다"며 "실제 재외국민투표에서는 당명 교체 여부를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실제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 때문에 선관위에서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변경됐다'고 고지를 할 수는 없다"며 "재외국민 투표에서의 한나라당 비례대표 득표율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재외선거의 경우 투표자의 등록 주소지별 선거구에서 부재자 투표와 함께 개표한다"며 "재외선거에서의 정당별 득표율 자료는 아직 넘어오지(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북이나 대구, 부산 출신의 재외국민이 해외에서의 제한적인 정보로 인해 새누리당에 찍어야 할 표를 한나라당에 행사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 같은 선거 결과에 대해 선거일 다음 날인 12일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18만 표라는 소중한 불씨를 남겨주신 여러분의 뜻을 반드시 받들겠다"며 "과분한 애정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남혁명의 기치를 내걸고 출발했던 '(가징)영남신당'이 총선에 임하기 위해 자유평화당과 합당하고 이어서 한나라당으로 변신해 선거에 임하기까지 당내외적으로 힘겹고 고통스런 시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대선이 치러지는) 12월이 가기 전에 영남신당이 지향했던 본래의 모습을 다시 찾아오겠다"는 다짐도 남겼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정당 등록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정당법(제44조 1항)상 총선에서 의석을 얻지 못하고 정당 유효투표총수에서도 2%를 득표하지 못한 정당은 등록이 취소되는데 한나라당은 이 규정에 따라 12일 등록 취소됐다.

한나라당은 또 동법(41조 4항)에 의거, 재창당을 하더라도 다음 국회의원 선거까지 똑같은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이라는 당명은 2016년 20대 총선 이후부터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이태희 당 대표(53) 1명만을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우고 1000만 신용불량자 전원 면책, 모든 대학 반값등록금 시행, 가구별 무금리 1억 대출, 화폐개혁 등의 다소 파격적인 내용을 핵심 공약으로 내놨었다.

m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