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한동훈, '오빠 본질' 논쟁…청문 주도권 갈등 수면 위로

張 "오빠 강조는 본질 흐려"…韓 "오빠가 본질" 반박
張 견제 성격…韓은 원내지도부에 다시 손 내밀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 2026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문화일보 제공) 2026.8.25 ⓒ 뉴스1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 청탁 의혹과 관련해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앞세운 '오빠' 프레임을 공개 비판했다. 한 의원이 '오빠'가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맞받으면서, 청문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이 표면화하는 모습이다.

한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오빠'라고 불리는 공직자가 '여동생'이 한몫 챙기게 해주려고 국민이 준 권력을 남용해 부정한 로비를 한 것이 이 사안의 본질"이라며 "이 사태에서 국민들께서 분노하시는 극단적인 불공정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말, '오빠'는 본질"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장 대표가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꾸 '오빠'를 강조하는 것은 김 후보자에 대한 본질을 흐릴 수 있다"며 "'오빠 로비'가 문제가 아니라 저 로비의 결과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다.

한 의원은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김 후보자의 식품의약품안전처 민원 전달 의혹을 공개질의한 뒤 브로커 양 모 씨와의 통화 녹취와 문자를 연일 공개했다. 이 사건을 '오빠 독약 로비'라 부르는 한 의원이 청문 국면을 상당 부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란 어렵다.

다만 장 대표도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사건을 '오빠 뇌물 사건'으로 불렀고,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실험용 쥐가 먹고 죽은 약을 은폐한 업체를 국회의원이 '오빠' 한마디에 도와준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불과 며칠 만에 '오빠'가 본질을 흐린다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간 것을 두고, 대여 투쟁을 위한 프레임 논쟁에 초점이 있다기보다 한 의원 견제에 방점이 찍힌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한 의원의 공세에 전담 대응팀을 꾸려 맞대응에 들어가는 등 청문 정국이 한 의원 대 민주당 구도로 짜이면서, 제1야당 대표가 설 자리가 좁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뒤따른다.

당권파에서는 더 직접적인 표현이 나왔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전날 페이스북에 "잘 싸우는 것과 광대 짓도 구분 못 하는 한동훈"이라고 적고 "저질스러운 녹취록 진실공방, '오빠' 논쟁에 함몰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가장 치명적인 사법 리스크는 정작 묻히고 있다"고 했다.

한 의원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핵심은 '메신저'가 아니라 '메시지'"라며 "지금 한 의원이 그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고 적었다. 김 의원은 같은 맥락에서 장 대표와 한 의원이 조건 없이 만나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글을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 방에도 올렸다. 다만 이에 같은 4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정도만 적극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호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이 청문 국면의 초점을 두고 엇갈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김승원을 살리기 위해 어차피 안 될 용혜인을 희생타로 쓰려는 계획"이라고 적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논란은 곁가지이고 김 후보자가 본질이라는 주장이었다.

장 대표는 이틀 뒤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반대의 분석을 내놨다. 그는 "용 후보자가 김 후보자를 위한 시선 돌리기용이라는 말이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민주당은, 적어도 이재명 대통령은 용 후보자에 대해서 진심"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도 당 안팎에서는 장 대표가 한 의원의 '용혜인 희생타' 발언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 바 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한 의원의 복당 문제와 맞물려 있다. 한 의원은 국민의힘 복당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 왔고, 장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최소한 자신의 임기 동안 복당은 불가하다고 일축했다.

한 의원이 청문 국면에서 대여 투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함으로써 당내 복당 여론에 물꼬를 트려 하는데, 장 대표가 이를 그대로 두지 않으려 한다는 해석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동훈이 하니까 싫은 것"이라며 "장 대표는 그래도 점잖게 얘기한 것이고, 그 안에 있는 속내는 박민영이 다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한 의원이 당 지도부를 대하는 태도와 원내지도부를 대하는 태도는 결이 다르다. 한 의원은 전날 "증인이든 청문위원이든 불러달라"며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참여를 공개 요구했는데, 이 요구를 받아 줄 열쇠는 사보임 권한을 쥔 원내지도부가 갖고 있다는 점에서 손을 내민 것이다. 한 의원은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이어서 법제사법위원회로 사보임되지 않으면 청문위원이 될 수 없다. 국민의힘 법사위원 가운데 한 명이 자리를 비켜 줘야 하는 구조다.

비슷한 장면은 이미 한 차례 있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국면에서 한 의원은 자신을 필리버스터 주자로 세워 달라고 국민의힘에 요청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했다. 당 지도부와는 공개적으로 부딪치면서도 원내에는 꾸준히 손을 내미는 구도가 반복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내지도부는 당 지도부를 제쳐두고 한 의원의 손을 잡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내 관계자는 "법상으로도 그렇게 되지 않고, 내부적으로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master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