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론에 與 기류 혼재 …2003년 이라크 땐 '쫙 갈렸다'

與지도부 신중론 속 당내 찬반 엇갈려…범여권도 반대
이라크 때도 與 49대43 갈려…국민 여론·당내 의견 변수

16일 오만 무산담 해안에서 포착된 한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항행하고 있다. 2026.7.1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세정 장성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과거 2003년 이라크전 파병 당시 국회 논의 과정에도 눈길이 쏠린다. 정부가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여당 내부와 범여권의 반대 목소리가 커질 경우 국회 동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헌법 60조 2항은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한 동의권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파병 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

현재 의석 구도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동의안 처리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파병은 외교·안보 현안인 데다 국민 여론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의석수만으로 통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민주당 지도부는 아직 미국의 공식적인 파병 요청이 없는 만큼 선제적으로 입장을 정할 단계가 아니라며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김원이 전략기획위원장은 전날(7일) 의원 대화방에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한 개별 대응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이미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기헌 의원은 헌법이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과 국익 등을 들어 파병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이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에 출연, "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이후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도,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사석에서는 파병에 대해서 굉장히 우려하고 걱정하시는 분(국회의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5선의 박지원 의원은 비전투 병과를 전제로 한 파병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호르무즈해협에 우리 선박을 지키는 것이나 여러 미국과의 관계를 봐서 비전투 병과라고 하면 어느 정도 파병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라며 "저는 그 불가피함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범여권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3월 20일 혁신당은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과 함께 전쟁 및 파병 반대 결의안을 국회에 냈다"며 "이 결의안을 즉각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진보당에서도 윤종오 원내대표와 전종덕·정혜경·손솔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파병은 우리 장병과 중동 지역 교민·기업·선박은 물론 대한민국 영토까지 보복과 테러의 위험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실제 파병을 결정할 경우 범여권 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전 파병 결정 당시에도 여당 내부의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당시 민주당은 다수당이 아니었던 데다 당내에서도 파병 찬반이 맞서면서 동의안 처리가 두 차례 연기되는 등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는 동시에 한나라당에 동의안 처리 협조를 요청했고, 청와대도 여야 지도부를 상대로 설득에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해 4월 2일 국회를 찾아 국정연설을 하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굳건한 한미 공조가 필요하다며 파병 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호소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의원들에게는 국민의 대표로서 소신을 갖고 결정해달라고 당부했다.

결국 파병 동의안은 같은 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 256명 가운데 찬성 179명, 반대 68명, 기권 9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에서는 소속 의원 101명 중 96명이 표결에 참여했고, 찬성 49명, 반대 43명, 기권 4명으로 찬반이 팽팽하게 갈렸다. 반면 원내 1당인 한나라당에서는 118명이 찬성하면서 동의안 가결에 힘을 보탰다.

노무현재단이 최근 펴낸 노 전 대통령 평전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회고에서 이라크 파병을 두고 "사실 나도 이라크 파병 문제를 화끈하게 거절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핵 문제와 한미관계 등을 고려할 때 파병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할 경우 외교적 후유증을 가늠하기 어려웠다며 당시의 고심을 설명했다.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으로서 국익과 외교·안보 현실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던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2003년 취임 후 국회에서 가진 첫 국정연설에서 자신의 파병 결정에 대해 "나라와 국민의 운명이 달려 있다"면서 "대선에서 낙선하는 것은 제 개인의 문제이고, 더 나가더라도 동지들의 문제일 뿐이지만, 대통령이 된 지금의 제 선택은 제 개인의 선택일 수 없다"며 파병 동의를 호소했다.

노 전 대통령은 "명분에 발목이 잡혀 한미 관계를 갈등 관계로 몰아가는 것보다, 오랫동안의 우호 관계와 동맹의 도리를 존중해 어려울 때 미국을 도와주고, 한미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길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도 설명했다. 평전을 집필한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를 "동맹이 중요한 시기였다"고 평했다.

이라크전 사례는 해외 파병을 둘러싸고 정부의 외교·안보적 판단과 별개로 국민 여론과 의원들의 판단에 따라 여당 내부에서도 상당한 입장차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다만 당시 여당이 원내 1당이 아니었던 것과 달리 현재 민주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 파병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국민 여론과 당내 의견을 어떻게 모으느냐가 동의안 처리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liminalli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