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남자'에서 제명까지…한동훈, 결국 야인으로
韓 "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 온다…꺾이지 않는 마음"
尹 비판 당원게시판·탄핵 찬성 이후 결별 수순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20년 지기' 전우이자 최측근으로 정치권에 화려하게 등장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당에서 제명되며 야인으로 돌아갔다. 2023년 12월 말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비상대책위원장이 되면서 당에 정식 입당한 지 2년여 만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장동혁 대표가 단식 후 당무에 복귀한 지 하루 만에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안을 의결했다.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의결권을 가진 9명 가운데 우재준 최고위원 1명만 반대표를 던졌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찬·반·기권 어느 쪽에도 손을 들지 않고 기권을 했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과 비상대책위원장, 당대표를 거치며 여권의 핵심 인사로 부상했지만, 탄핵 국면을 거치며 당내 구주류와는 돌이킬 수 없는 결별의 길에 들어섰다. 탄핵을 계기로 "더는 같이 가기 어렵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왔다. 제명 결정이 "탄핵 찬성에 대한 보복"이라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당원들 사이에서는 한 전 대표가 내홍의 중심에 서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를 '고슴도치'(조광한 최고위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이끈 인물이라는 점에서, 선거를 앞두고 외연 확장의 상징적 인사를 스스로 잘라낸 '뺄셈·자해 정치'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한 전 대표는 2022년 4월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검사 시절 윤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렸던 그는 파격 인사라는 평가 속에 여권 핵심으로 급부상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장관 임명 당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게 "이 자식(한 전 대표) 영어 잘한다"고 자랑했다는 일화도 회자됐다.
이후 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당대표를 거치며 보수 진영의 유력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12월 장관 이임사에서 그는 "9회 말 투 아웃 투 스트라이크면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애매해도 후회 없이 휘둘려야 한다", "여의도 300명만 쓰는 고유의 문법이 있다면 저는 나머지 5000만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당 주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당원게시판' 사태가 비상계엄을 촉발하는 데 영향을 미쳤고, 이후 탄핵과 정권 교체로 이어지며 당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장 대표의 단식 기간에도 화해 메시지를 내지 않고 징계 반대 집회를 독려한 점이 당내 여론을 돌려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대표 시절 자신이 사무총장으로 낙점했던 장동혁 대표와의 관계도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장 대표는 2024년 신년인사회에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함께 가면 길이 됩니다. '동'료시민과 함께 선민후사의 정신으로 나아갑시다. '훈'풍을 타고 총선 승리를 향해 앞으로 나아갑시다'라는 3행시를 남겼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비판한 당원게시판 글이 발단이 돼 자신이 발탁한 측근의 손으로 제명되는 결말을 맞았다.
관측은 엇갈리지만, 한 전 대표 측은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대표를 지낸 인사가 당내 문제를 법적 분쟁으로 끌고 가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한 전 대표 측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정치 행로를 참고하며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그는 전날 YS 일대기를 다룬 영화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시대'를 관람한 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YS의 말을 인용하며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국민만 믿고 가겠다"고 밝혔다.
한 친한계 의원은 YS가 1990년 내각제 각서 유출 사건 이후 마산으로 내려가 칩거하며 당내 여론을 돌려세운 일화를 거론하며 "정치인에게 적당한 타협은 곧 퇴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한 전 대표가 스스로 뚫고 나가야 하는 국면"이라며 "정국은 결국 '누가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있느냐'의 문제로 흐를 것이기 떄문에 한 전 대표가 지더라도 자기 메시지를 남겨놓고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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