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장동혁의 '타임스케줄' 애타는 국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신동욱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및 이재명 정권 독재악법 국민고발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1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신동욱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및 이재명 정권 독재악법 국민고발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1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꼬박 1년이 지났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계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바처럼 그저 민주당의 '내란몰이' 탓만은 아니다. 여전히 사과하느니 마니 하는 문제로 옥신각신하며 당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계엄 1년을 앞두고 당 안팎에서는 사과 요구가 분출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물론 당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메시지를 냈지만, 이를 사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장 대표가 과거와 단절하고 중도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소장파 의원뿐만 아니라 원조 '친윤계'로 꼽히던 윤한홍 정무위원장도 장 대표 면전에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고 직격했다.

이처럼 장 대표의 리더십에 균열이 갈 때마다 그가 줄곧 해오던 말이 있다. 바로 '타임스케줄'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 "우리가 황교안" 발언 이후 논란이 반복될 때도 장 대표는 태연했다. 그만큼 자신만의 '타임스케줄'에 확신이 있다는 뜻일 테다.

장 대표는 지난 6일 한 보수성향 유튜브에 출연해서도 "저만의 타임 스케줄과 저만의 계획을 가지고 가는 데 있어 지금까지는 제 생각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고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수 핵심 지지층인 '집토끼'부터 확실히 잡은 뒤 내년 이후 중도 외연 확장에 나서겠다는 구상인 듯 하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그의 '타임스케줄'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지 않은 듯하다. "장 대표는 요즘 누구와 만나나", "의중을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가 유튜브에 빠져있다는 뜬소문까지 돌 정도다.

장 대표가 계엄에 대해 무조건 중도 확장으로 노선을 틀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당 지도부 역시 지금 같은 상황에서 떠밀리듯 사과하는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다만 폭풍이 불기 시작한 후에는 돛을 고쳐 달아도 균형을 잡기 어렵다.

사과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지금 필요한 건 계획이 아니라 '어떻게 함께 가느냐'다. 리더십은 완벽한 계획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리더라면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고, 설득하고, 공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장 대표가 최근 당내 중진들을 비롯해 친한계까지 가리지 않고 만나 경청하겠다는 건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소통 과정에서 여러 의문과 우려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현명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구성원 누구도 공감하지 못하는 '타임스케줄'이라면 장 대표 혼자만의 시간에 갇혀있는 것과 다름없다.

cym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