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국회 덮친 법조발 악재…정기국회 법안 합의 처리 '위태'

검찰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정국 급랭…여야 공세 최고조
관세협상 후속조치·반도체특별법 등 현안 산적…'정치의 사법화' 덫에 걸린 여의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시정연설에 불참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11.4/뉴스1 ⓒ News1 국회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 파장이 커지면서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여야는 정기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 등 민생경제 법안 처리를 목표로 삼았으나, 서초동발 악재에 합의 처리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정치의 사법화가 심화하면서 법조계 이슈가 민생 정치를 뒤덮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12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대장동 일당 7400억 국고 환수 촉구 및 검찰 항소포기 외압' 규탄대회를 열고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을 비판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번 항소 포기는 결국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공소 취소로 가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며 검찰의 결정을 비판했다.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을 두고 야당이 강력하게 반발하자, 여당도 물러서지 않고 맞대응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조작 기소에 대한 법의 심판도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법 왜곡죄' 강력 추진을 시사했다.

여야의 대립이 격화하면서 11월 정기국회도 안갯속으로 빠진 모습이다.

당초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업계의 숙원이던 반도체특별법을 비롯해 가맹사업법 등을 처리할 방침이었다. 여기에 대미투자특별법 등 한미 관세 협상 후속조치를 두고 어떤 방법론을 택할지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라는 돌발 변수가 등장하면서 관련 논의가 모두 멈춘 상황이다. 전날에도 여야는 대장동 사건의 출구를 찾기 위해 국정조사를 두고 협의를 벌였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오는 13일에 열릴 본회의에서는 별도의 합의가 필요 없는 대선 공통 공약 위주의 50여개 법안만 처리될 전망이다.

법조계 이슈로 국회가 멈춘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9월에도 여야는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으나 김건희 특검팀의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으로 '킥오프' 회의조차 해보지 못하고 좌초됐다.

정치권의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정치의 사법화가 만연해지면서, 여의도 정치가 법조계 이슈에 점차 종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 스스로 사법의 영역에 정치 쟁점을 밀어 넣으면서 위상을 낮추고 있다"며 "정치권의 법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여의도 정치에 대한 국민들에 대한 기댓값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