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홍 정무위원장 "금융당국 개편 이유 설명 못하는 與…국민만 피해"
[상임위원장 인터뷰] "금융당국 개편, 머리만 네 개 되는 꼴…결국 위인설관"
국힘 대표 정책·행정통…"국민 자산 정책 다루는 정무위, 대화와 타협 중요"
- 서상혁 기자, 김정률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김정률 기자 =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은 당정의 기획재정부·금융당국 개편안에 대해 "왜 감독체계를 개편해야 하는지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당정이 계획한 대로 금융감독 체계가 바뀔 경우 "머리만 네 개가 되는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진다"며 금융소비자 피해를 우려했다.
윤 위원장은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1과 만나 "지난 2008년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할 땐 카드 사태, 리먼 사태 등 주요 금융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좀 더 일원화된 계통이 갖춰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도 "지금은 왜 조직을 개편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여당이나 정부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 때도 금융위원회 해체에 대해 언급이 없었다"며 "이러한 법안(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이 나올 것 같았으면 상임위원장과 상의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에 대해 여당과 의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당정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을 따로 떼어 국무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로 분리한다. 기존 기획재정부는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을 더해 '재정경제부'로 만들 계획이다. 금융 감독 기능만 남은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로 탈바꿈한다. 기존 금융감독원도 '금융소비자보호원'이라는 외부 기구로 분리된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일방 처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실행할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과 그외 법률에 대해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 상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민주당은 정무위에 금융위 설치법이 상정 거부될 경우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최소 180일이 지나야 정무위를 통과할 수 있다. 정부 출범 2년 차에 겨우 '조각'이 끝나는 셈이다.
윤 위원장은 "정부 발목잡기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철학에 따라 조직을 손보는 건 통상적인 일이고, 그것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그래도 부작용을 줄일 방법에 대해서는 야당과 의논을 해야 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위원장은 개편안 대로라면 금융당국이 네 개로 쪼개지는 '기형적 구조'가 되면서 오히려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감독 업무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만큼,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머리가 네 개로 나눠지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부처 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소관 업무 가지고 많이 싸우지 않나. 기관 간 알력이 작용하면 소비자 보호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더군다나 금융소비자보호원의 경우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삼아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할 우려도 있다.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가 영업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건전성 문제나 소비자 보호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그래서 한데 모아두는 것이다"며 "분리가 안 되는 것을 분리하려 한다. '위인설관(爲人設官, 사람을 위해 관직을 만든다는 신조어)'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윤 위원장은 이번 기획재정부·금융당국 조직 개편안을 두고 특히나 '확장 재정'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기획예산처가 총리실 산하로 갈 경우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확장 재정 드라이브를 막아설 브레이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자칫 인플레이션까지 부추긴다면, 민생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고를 날렸다.
그는 "이번 개편은 결국 예산권을 대통령실이 '핸들링'하겠다는 뜻"이라며 "민생 소비 쿠폰 등으로 돈을 뿌리면 결국 물가가 올라간다. 지금 서울에서는 1만 원 이하로 점심을 먹기 어렵다.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 있으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물가 때문에 고민할 것이 많다. 월급쟁이들이 느끼는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유럽을 보라. 지금 빚이 너무 많아 도저히 정부가 움직일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금융을 종속 변수로 여기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금융 정책이 더 중요하다. 5000여만 명 국민이 계좌를 가지고 있다. 미국만 봐도 금융 산업으로 먹고살지 않나. 이토록 중요한 데도 '예산 기능을 떼가면 기획재정부가 반쪽이 되니 금융 정책 기능을 붙여줄게'라고 접근하는 건 잘못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인 윤 위원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줄곧 서울시청에서 근무하다 청와대 행정자치 비서관, 경상남도 행정부지사를 거친 당내 대표적인 정책·행정통이다. 국회 입성 후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무위원회에서 의정 활동을 주로 펼쳤다. 지난 국회에선 정무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윤 위원장이 정무위원장을 맡은 데엔 이같은 이력이 무관치 않다. 정무위원회는 수많은 상임위원회 중 가장 '정책'을 많이 다루는 상임위원회기 때문이다.
정책을 다룬다고 여야 갈등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정책적으로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질 때야말로 의견 조율이 더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윤 위원장의 정무위원회 운영 원칙은 '대화와 타협'이다. 그는 "정무위원회는 국민의 자산과 관계된 상임위원회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모든 이해 당사자에게 100%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약자를 더 챙겨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부자를 너무 옥죄어 자칫 그들이 무너진다면 약자까지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며 "긍정적인 효과를 더 배가시키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한다"고 했다.
어느덧 임기 만료까지 9개월가량 남겨두고 있다. 남은 기간에도 '대화와 타협'이 이뤄지는 상임위원회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다.
그는 "여야가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같이 머리를 맞대는 좋은 전통을 남기고 싶다"며 "여야가 바뀌더라도 정무위원회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다루는 곳이다. 소소한 것을 좇다가 '대마'를 놓쳐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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