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조희대 20개월은 너무 길다…내란재판 '판사 리스크' 차단
임기 헌법 보장된 대법원장 사퇴 압박 총공세…일각선 "탄핵" 주장
조희대 사법부 불신…특검법 합의 번복 비난 여론 돌리고 국정동력 확보
- 김일창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전방위적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배경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그와 관련한 여러 재판이 국민의 뜻과 상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한편으론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여권에 대한 비판 여론을 돌려세우며 지지층을 결집, 안정적인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란 시각도 있다.
15일 민주당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의 공식 회의 석상의 발언은 물론 의원 개별 SNS와 방송 인터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기됐다.
정청래 당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재판 독립이라는 법원의 정치적 중립은 조 대법원장 본인이 스스로 어긴 것 아니냐"라며 "박근혜와 윤석열을 탄핵한 국민들인데,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한가, 대법원장이 대통령에 위에 있느냐,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원들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의원, 법사위원인 서영교 의원 등도 전방위 공세에 가담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시속 100㎞ 주행 고속도로에서 20㎞를 고집하며 태업을 일삼으면 운전자를 바꿔야 한다"며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조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추 의원은 페이스북에 "내란 세력에게 번번이 면죄부를 주고 법을 이용해 죄를 빨아 준 사법 세탁소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사법 독립을 위해서 조 대법원장은 먼저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서 의원은 YTN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탄핵을 주장했다. 서 의원의 주장이 당론으로 채택된다면 민주당은 실제 조 대법원장 탄핵을 실현할 수 있다. 헌법에 따르면 대법원장을 포함한 판사를 탄핵하기 위해서는 재적 3분의 1(100명) 이상 발의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의원 수는 166명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헌정사상 대법원장의 사퇴를 이 정도 수준으로 압박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21년 문재인정부에서 거짓말 논란이 일었던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이 사퇴를 촉구한 바 있으나 의석수 부족 등의 이유로 유야무야된 것이 전부이다.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으로 헌법이 보장한다. 조 대법원장은 2023년 12월에 대법원장에 취임했으나, 정년(대법관 70세)에 걸려 공식 임기는 2027년 6월 5일까지다. 남은 기간은 1년 8개월 정도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데에는 여러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다.
먼저 윤 전 대통령, 김건희 씨와 관련한 재판을 법원이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게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하면서 그를 석방해 논란을 일으켰다. 특검팀이 청구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한 유죄를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위헌정당 해산이라는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희대 사법부' 체제에서 재판이 이어진다면 영장 기각과 같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셈이다.
김 최고위원이 "내란에는 꿀 먹은 입으로 침묵하고 대통령 후보 바꾸기를 획책하더니 내란심판에는 '재판독립'을 운운한다"고 말한 이유도 이같은 배경이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지지층 결집과 국정 동력 확보는 또 다른 축으로 꼽힌다.
정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3대 특검법 개정안을 두고 원내지도부가 국민의힘과 합의한 사안을 번복한 것을 두고 충돌했다. 이날 가까스로 봉합했지만 당원들 사이에서는 김 원내대표를 향한 비난이 빗발쳤다.
민주당 입장에서 사법 개혁이란 화두는 이런 비난 여론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는 방안일 수 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원내지도부가 타격을 입었는데 지 판사 탄핵으로 이 사태를 돌파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국정 동력 확보 역시 비슷한 논리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조지아주 구금 사태 등 한미 관세협상 후속 조치가 지지부진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지지율이 하락했다.
국민적 관심사를 사법개혁으로 돌리면서 협상의 시간을 벌어야 하는 셈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대법원까지 신속한 재판 진행으로 조기에 내란 사태를 마무리, 이 대통령 임기 후반기 개혁에 더 집중하겠다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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