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질주 제동 건 '개미'...與 '핵심' 수도권·4050 집중 포진

1400만 개미가 與 핵심 지지층…코스피-당정 지지율 연동세
'스윙보터' 변심 가능성에 민주당 긴장…국힘은 반전 공세

3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3.90포인트(0.74%) 상승한 3254.47, 코스닥은 0.78포인트(0.10%) 하락한 803.67으로 장을 마쳤다. 2025.7.3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홍유진 기자 = 유례없는 절대적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집권 초 거침없이 질주하던 정부여당이 개미(주식 소액 투자자) 반발에 급제동이 걸렸다. 주식 양도세 과세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에 대한 개미들의 거센 저항에 한 달 가까이 정책 방향이 공전하고 있다.

여권이 '개미'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들 중 상당수가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 겹치기 때문이다. 집권 초기 핵심 지지층인 '투심(투자자들의 민심)'에 이반이 일어나면 국정 동력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긴장감도 크다. 국민의힘은 성난 투심을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삼으려 벼르는 모습이다.

당정 양도세 과세 범위 확대에 개미 강력 반발…"연말 주가 하락할 것"

정부는 지난달 31일 세제 개편안을 통해 상장 주식의 양도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의 기준을 종목당 보유 금액 '50억 원 이상'에서 '10억 원 이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정 협의로 이뤄진 결정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곧바로 개미 반발이 들끓었다. 종목토론방 등을 중심으로 연말이 기준인 과세 요건 회피를 위해 그 이전에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준척급 개미들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불안이 확산했다. 양도세 과세 범위 확대에 반대하는 국회 청원에는 전날 기준 14만 5000여 명이 동의했다.

정부가 증권거래세까지 올리겠다고 밝히자 반발은 더 거셌다. 치솟던 코스피가 급락하자 정부·여당은 재검토를 시사하며 진화에 부심했다.

1400만 개미 투자자 절반은 4050·수도권 거주자…여권 핵심 지지층

집권 초 정부·여당의 이례적 숨고르기는 개미들의 '정치적 위치'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뉴스1이 한국예탁결제원의 최근 3년 치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2~2024년 국내 개인투자자 중 40~50대 투자자 비율은 단순 산술 평균으로 44.2%로 집계됐다. 30대까지 범위를 넓히면 63.7%이다.

2024년 기준 상장 주식 소유자 중 개인투자자는 전체 1422만 6381명 중 99.1%에 해당하는 1409만 8359명이다. 그중 50대가 316만 2000여명으로 전체의 22.4%, 40대가 312만 2000여명(22.1%), 30대 265만 5000여명(18.8%) 순이었다.

거주지는 대체로 수도권에 집중됐다. 개인·법인 투자자의 지역별 현황을 보면 경기도가 373만 3000여명(26.4%)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시가 341만 2000여명(24.1%)으로 뒤를 이었다. 3위인 부산시는 85만 6000여명으로 격차가 컸다.

개미 투자자 중 상당수는 여권 지지층과 겹친다. 40·50 세대와 수도권 거주자는 여권의 핵심 지지층이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조사한 지난 7월 5주 차 주간통계를 보면 40대의 이재명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 비중은 76.5%에 달했다. 50대가 74.6%로 그 뒤를 이었다. 평균치인 63.3%를 크게 웃돌았다. 서울에서의 긍정 평가는 55.2%, 인천과 경기에서는 66.8%로 나타났다.

코스피 지수가 3200선을 돌파한 직후 이뤄진 7월 4주차 조사에서 40대와 50대의 긍정 평가는 각각 77.7%, 75.8%로 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였다.

세제 개편안이 공개되면서 40~50대에서의 이 대통령 지지도는 하락했다. 8월 1주차 조사에서 40대의 이 대통령 긍정 평가 비율은 전주 76.5%에서 70%, 50대의 경우 74.6%에서 66%로 내렸다.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에서의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0.6%포인트(p) 내린 54.6%, 인천과 경기는 4.9%p 하락한 61.9%로 집계됐다.

이 대통령의 긍정 평가 평균치도 같은 기간 63.3%에서 56.5%로 내려앉았다. 조사가 이뤄진 시기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면 여부가 결정되기 전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4050 개미, 진보 색채 짙지만…'스윙보터' 잠재성에 여권 긴장

40·50 개미 투자자들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다. 학창 시절 민주화 운동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보수당보다는 진보당에 가깝다는 것이 정치권의 통념이다.

생애주기상 '낀 세대'란 특수성도 갖고 있다. 자식과 부모 세대 부양 과제를 안고 있어 자산 증식에 관심이 높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40~50대는 진보 성향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세대"라면서도 "자산을 형성해야 하는 시기에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있다. 투자에 대한 열망이 매우 강한 세대"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당대표 재임 내내 이같은 개미들의 특성을 꿰뚫고 핵심 지지층으로 끌어안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 대통령은 20대 대선 후보 당시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고, 대선 패배 이후에도 상법 개정안으로 이슈를 이어갔다. 여권 관계자는 "금투세 과세법 발의, 박상기·은성수의 난 등 투자자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의 사례에서도 배우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자산 증식' 열망은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스윙보터'로 변모할 가능성도 시사한다. 정부·여당이 이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0~50대는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중도·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식·부모 부양과 자신의 노후까지 생각해야 하는 이들"이라며 "수도권 역시 정치·경제적인 흐름에 민감한 지역"이라고 했다.

국힘 '성난 투심' 기댄 반전 모색…한동훈 등 스피커도 연일 공세

국민의힘은 성난 투심을 반전 기회로 엿보고 있다. 개미들의 화력을 키우면 지지율 회복의 모멘텀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당 관계자는 "당에서는 개인 투자자를 이미 '스윙보터'로 인식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등 주가에 영향을 줄 쟁점 법안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야권 스피커들도 일제히 민주당을 공격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시장 상대로 오기를 부리면 안 된다"고 비판했고, 당권 주자인 장동혁·안철수 의원은 "경제는 실험 대상이 아니다" "개미핥기 같은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금투세 여론전에서 민주당의 변화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정해진 금투세 유예 기간이 끝나면 예정대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한동훈 당시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경고하고 나서자 폐지로 돌아선 바 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