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압박 견디고 완주한 이준석…차세대 보수주자 입지·확장성은 과제

당원 2배 가까이 증가…수도권·충청·영남권 고른 득표
TV토론 원색적 발언 여파 속 2030 여성 지지율 확보 한계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6.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최종 득표율 8.34%를 기록하며 21대 대선을 마무리했다. '두 자릿수 득표율'이라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제3지대 후보로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적잖다.

특히 국민의힘으로부터의 '단일화 압박'을 견디고 완주하면서 '소신 있는 정치인과 정당'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선거를 치르면서 개혁신당 당원 수를 2배 가까이 늘렸고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율을 보이면서 표면적 성과가 나타났다. 이로써 '차세대 보수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게 됐다.

다만 출구조사 기준으로 2030 남성에게 20~30%대 지지를 받았음에도 2030 여성에게는 9~10%대 지지에 그친 점, 유권자 숫자가 많은 다른 연령층에서는 지지율이 높지 않은 점 등 세대와 성별의 높은 벽에 가로막혔다는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국힘 '단일화 압박'에도 완주…전국 고른 득표율도 성과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달 12일 이번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여왔다. 이 후보는 그러나 지난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두 거대 정당 후보를 이기는 '동탄 모델'을 꾸준히 강조하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선거 막판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10%대 지지율까지 올라섰다.

최종 득표에서는 이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 후보와 개혁신당은 '반(反)이재명' 빅텐트론을 주장하는 국민의힘과의 단일화에 선을 긋는 등 결과적으로 대선 완주에 성공한 후보이자 정당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특히 이 후보는 '반계엄, 반내란'을 강조하는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탄핵에 설왕설래하던 국민의힘과 확실한 거리두기로 차별화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개혁신당 당원 수는 6만여 명에서 약 12만 명까지 2배 가까이 늘어났고, 이는 전국적으로도 고른 득표율을 얻을 수 있는 발판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서울에서는 전국 득표율 8.34%보다 높은 9.94%, 세종과 대전에서는 각각 9.89%와 9.76%를 기록했다.

경기 8.84%, 대구 8.29%, 경남 7.47% 등에서도 주목할 만한 수치를 얻었다.

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제3후보가 완주하는 게 쉽지 않고, 특히 8%대 이상의 득표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의 영역"이라며 "(이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상당히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개혁신당은 공직선거법상 선거비 보전을 받는 득표율에 이르지 못했으나 후원금 내에서 이를 처리해 당 재정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후보자 득표수가 유효 투표 총수의 15% 이상이면 정당 또는 후보자가 지출한 선거 비용은 전액 보전된다. 10% 이상, 15% 미만 득표 땐 절반이 보전된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선거로 이익을 보는 게 아니기 때문에 흑자, 적자라는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빚을 지지 않고 선거를 치렀고 재정 계획에 맞게끔 운용했다"며 "당 재정에 타격이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 입장하며 꽃다발을 받아 들고 있다. 2025.6.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TV토론 발목 등 확장성 부족…사표 방지 심리도 작용

이런 가운데 이 후보의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주로 2030세대로부터 지지를 받은 점, 여기에서도 '남녀 갈라치기' 이미지 등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출구조사 기준으로 30% 수준의 2030 남성 지지율에 비해 20대와 30대 여성 지지율은 10.3%, 9.3%에 그쳤다.

이 후보가 지난달 27일 3차 대선 TV토론회에서 여성 신체와 관련해 원색적 발언을 한 것은 추가 지지율 상승에 발목을 잡았다고도 평가된다.

김 수석대변인은 "저희가 어떤 걸 선언한다고 하루아침에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소수와 약자를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저희의 진정성을 알아주실 거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유권자들 사이에 제3후보에 대한 '사표 방지 심리'가 작용하면서 최종적으로 10% 득표율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의 단순 합계가 이재명 대통령보다 높았다는 점에서 이 후보가 단일화에 응하지 않아 선거에 패배했다는 책임을 물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진다.

개혁신당은 이 후보와 김 후보 간 지지층이 확연히 다르고 특히 이 후보를 주로 지지한 2030세대의 경우에는 김 후보와의 단일화 땐 아예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 등에서 국민의힘이 패배 면피에 나서는 것으로 보고 대응할 전망이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