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트' 2030 표심은 어느새 '1강 2중'…급부상 安은 어디쯤

이재명 33.4% 선두, 한 달 전 판세 뒤엎어…온라인 커뮤니티 소통 먹혔나
尹 이탈표 흡수한 安 19.1%까지 올라…2030 부동층 많아 예단 어려워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차기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20·30대의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30 세대 표심이 '1강 2중' 체제로 개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여전히 부동층 비율이 높아 예단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2030 앞서기 시작한 李…맞춤형 메시지 전략 먹혔나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만 18~39세 남녀 10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5일 발표한 차기 대선 가상 대결 조사 결과(무선 100%)에 따르면 이 후보가 33.4%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안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19.1%, 18.4%였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조사에선 2030 세대에서 윤 후보에게 밀렸지만 한 달 여 만에 큰 격차로 야권 후보들을 따돌렸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해 12월 6~7일 실시한 여론조사(무선 90%·유선 10%)에서 이 후보는 20대(18~29세)에서 28.8%, 30대에서 34.4%로 윤 후보(20대 39.8%, 30대 38.3%)에 뒤처졌다.

이 후보는 20대에서 26.4%, 30대에서 41.3%의 지지율을 얻었다. 성별로는 20대 남성에서 27.5%, 여성에서 25.3%였으며 30대에서는 남성 46.6%, 여성 35.7%로 집계됐다.

이 후보가 2030 표심 잡기에 성공한 배경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꾸준한 소통과 비전 제시가 꼽힌다.

이 후보는 그간 디시인사이드, 보배드림, 딴지일보, 클리앙, 에펨코리아 등 2030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 직접 글을 남기며 적극적으로 소통해왔다. 단순 소통에서 더 나아가 확률형 게임, 청년 고용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5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첫 번째 비전회의'에서 함께 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은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는 매주 비전회의를 통해 5개 분야(민주, 혁신, 포용, 미래, 평화) 비전 메시지를 제시하기로 했는데, 이번 회의 주제는 '민주'다. 2022.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특히 이 후보는 최근 당 청년선대위에서 제시된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방안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곧바로 영상을 제작해 게시하기도 했다. 디시인사이드 '탈모갤러리'에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이재명을 심는다'는 표현을 하자, 이 표현을 빌려 후보가 직접 영상을 제작한 것.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그간 이 후보가 2030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여러 일정을 배치했고, 온라인 소통도 이어갔다. 청년이 느끼는 위기 극복을 위해 성장에 관한 맞춤형 메시지도 냈다"며 "일련의 노력을 청년층이 종합적으로 판단하며 후보의 진정성을 봐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30 세대에서 정권교체 프레임이 강하지 않다는 점도 이 후보의 높은 지지율의 요인으로 평가된다.

대선 프레임과 관련한 리얼미터 조사에서 '민주당 정권 재창출'과 '국민의힘 정권교체' 여론은 각각 29.3%, 26.8%였다. '여타 인물·정당을 통한 정권교체' 비율도 28.3%로 비슷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쇄신 관련 입장발표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2022.1.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존재감 커진 安, 휘청이는 尹 지지율 흡수하고 급부상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특히 안 후보의 급부상에 이목이 쏠렸다. 오차범위 내 격차이긴 하지만 안 후보는 19.1%의 지지율로 윤 후보(18.4%)를 앞질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2030 세대에서 이 후보, 윤 후보 간의 양강 구도가 깨진 것이다.

이번 조사는 가상번호를 통한 무선전화 100% 방식으로 진행돼 이전 여론조사와 연결지어 분석하긴 어렵지만 안 후보가 부상하는 추세는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해 27일~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10.3%의 지지율을 얻으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1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같은 안 후보의 지지율에는 윤 후보 지지층의 이탈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 내홍 등으로 윤 후보의 입지가 흔들리자 정권교체를 위한 대안으로 안 후보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30 대상 조사에서 이념성향 보수층의 24.4%가 안 후보를 택했다. 중도층과 진보층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23.8%, 6.3%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의 신년인사를 듣고 있다. 2022.1.4/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통화에서 "다른 조사에서도 윤 후보의 지지율이 많이 내려앉았고, 특히 20대에서 (하락이) 심화됐다"며 "그 층(이탈 지지층)이 안 후보에게 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후보에 대한 비토 여론이 높아 야권에서 안 후보가 부각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2030 세대의 48.8%가 윤 후보를 비토 인물로 선택했는데, 안 후보를 택한 비율은 2.8%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다만 2030 세대의 표심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 세대에서 부동층 비율과, 지지 후보를 바꾸겠다는 응답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2030 세대의 41.4%가 '지지 후보를 변경할 수 있다'고 답했다. 대선 후보 가상 대결 조사에서 '없음' 또는 '잘 모름'에 응답한 비율도 17.4%였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