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작은 충성이 큰 충성의 적'…서청원 들으라고?

여당내 개헌 갈등 속 연일 한비자 고사 빗대 '언중유골'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당 차원의 개헌 논의 본격화를 촉구하고 있다. 2014.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9일 자신의 트위터에 '行小忠,則大忠之賊也(한비자 십과)에서'라는 한 줄의 글을 남겼다.

이 의원이 남긴 '行小忠 則大忠之賊也(행소충 즉대충지적야)'는 '한비자(韓非子)' 10편에 나오는 글로 군주가 명심해야 할 10가지 잘못 중 첫번째 것이다.

풀이하자면 "작은 충성이야말로 큰 충성의 적"이라는 뜻인데 초나라의 사마(司馬) 자반(子反)의 일화에서 나온 것이다.

초나라 공왕이 진나라 여왕과 정나라 언릉에서 싸우게 됐을 때 초나라 군사가 패하고 공왕도 눈에 부상을 입게 된다.

싸움 중 자반이 목이 말라 물을 청하자 부하인 곡양은 주인이 술을 즐기는 것을 알고 위하는 마음에 잔에 술을 부어 권했고 자반은 거절하다 곡양의 계속된 권유로 술을 마시고 취해버렸다.

공왕이 다시 싸우기 위해 사람을 시켜 자반을 불렀을 때 그는 이미 술에 취해있었고, 그의 막사를 공왕이 찾았을 때 자반에게서는 술 냄새가 코를 찌르게 풍겼다.

공왕이 한탄해 말하길 "오늘 싸움에서 과인은 눈을 다쳐 믿는 것은 장군 뿐이었는데 술에 취해 곯아 떨어져 있다"고 한탄한 뒤 싸움을 중단하고 전장을 떠났고 귀국하자마자 자반의 목을 베었다.

결국 곡양은 작은 충성을 하려다 주인의 목숨을 앗아가게 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정치권에서 개헌전도사로 불리는 이 의원이 이날 이 같은 글을 올린 것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수기 역할만 하려 드는 청와대 인사들과 여당 의원들을 고사에 빗대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내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이었던 이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원로인 서청원 의원과 개헌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한바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개헌논의가 시작되면 모든 이슈가 '개헌 블랙홀'에 빠져들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데도 불구하고 이 의원은 "대다수 국민의 의견을 따라가는 게 소통이고 대다수의 의견과 반대로 가는 것은 불통"이라며 "대통령의 '개헌 블랙홀'이라는 의견은 이해가 가지만, 개헌 논의 주체들의 제어 능력과 논의 향방에 따라 개헌이 블랙홀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고 다른 시각을 보였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이 의원이 개헌에 대해 발언하는 내내 주변에 다 들릴 정도의 큰 목소리로 "무슨 개헌이냐", "왜 저런 말을 하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 의원은 앞서 지난 6일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侵官之害甚於寒(침관지해심어한)'이란 글을 남기기도 했다.

역시 한비자에 나오는 구절로 자신의 직분을 망각하고 남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혹한보다 더 해롭다는 뜻이다.

cunj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