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재점화…여야 공수교대, 정국 안갯속

與 '윤석열 항명 파동' 규정 속 파문 차단 안간힘…野 "총체적 부정선거" 공세 강화 속 '대선불복성' 발언 등장

최경환 새누리당 대표와 김재원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중반대책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최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국정감사에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정면 충돌한 것과 관련

(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 =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논란이 22일 다시 정국 현안으로 급부상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대선 직전부터 계속돼 온 국정원 댓글 사건에 이어 최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온라인 활동이 터져나오고 국정원에선 댓글뿐만 아니라 5만여건의 트위터 활동까지 한 것이 더해지면서 여권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불을 뿜는 모습이다.

특히 민주당에선 기존 대응기조에서 한발 더 나아간 '대선 불복성' 발언이 등장하기 시작, 향후 정국의 흐름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게 됐다.

NLL(서해 북방한계선) 회의록 실종 사태로 한껏 기세가 올랐던 새누리당으로서는 공수가 바뀐 상황에서 파장 최소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새누리당은 전날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터져나온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의 '수사 외압' 폭로발언 및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의 정면 충돌 사태에 대해선 '검찰 내부의 항명 파동'으로 규정하는 데 주력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국감대책회의에서 "어제 국정원 댓글 의혹 수사 파동과 관련해서 국감에서 보인 검찰의 행태는 국민들을 실망을 넘어 분노케 하고 있다"며 "국가와 사회기강 확립은커녕 자신들의 조직기강조차 땅에 떨어뜨린 검찰의 현 주소"를 언급했다.

최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한 항명, 검사의 기본적 직무집행 원칙인 검사 동일체 원칙의 명백한 위배, '특수' 라인과 '공안' 라인의 파벌싸움이라는 검찰 내분 양상의 내용을 넘어 수사기밀이 특정 정치세력에게 흘러갔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윤 지청장을 겨냥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 역시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검찰 내부 하극상과 항명 행태는 법 원리를 무시한채 개인적 판단만이 옳고 조직 책임자의 지휘에 따를 필요가 없다는 독단적 사고의 결과"라며 윤 지청장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 내부의 이 같은 혼란 상황을 들어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국정원 트위터 사건의 파장을 미리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최 원내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국정원 댓글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한들 어느 누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정원 트위터 5만여건에 대해선 조직적 활동이 아닌 개인적 문제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부 부적절한 글이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면서도 "내용이 굉장히 쓰레기 같은 글이다. 이를 국정원장이 지시해서 이루어졌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상식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와 함께 국정원 및 군의 대선 개입 의혹을 물고 늘어지는 야당의 공세에 대해선 여전히 "대선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것이냐"며 '대선 불복 프레임'을 방패로 내세우고 있다.

최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고장난 시계는 여전히 작년 대선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고 했고, 김 정책위의장은 "국감이 중반으로 치달으면서 민주당의 대선불복 한풀이가 더욱 거세져 민생정책국감은 실종되고 진흙탕 정쟁국감으로 전락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3.10.2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에 맞서 민주당은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뛰어넘는 파괴력을 보이고 있는 윤 지청장의 입이 열린 것을 계기로 시간이 흐를수록 강경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 등이 있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나아가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김한길 대표는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개입 사실을 감추려는 권력과 여기에 굴종하는 검찰과 국정원의 수뇌부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는 오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거대한 권력과 맞서 외롭게 싸워온 수사팀 검사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어제 법사위 국감을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조롱당하고 있고 국민들이 조롱당하고 있다"며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남재준 국정원장,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3선 중진인 설훈 의원은 이날 의총 공개발언에서 "선거 결과를 승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며 대선 불복성 발언을 해 파장을 예고했다.

설 의원은 "선거가 100만표 차이로 졌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선거였으면 도대체 어떻게 됐을까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며 "대선이 끝난 지 10개월이 됐지만 새로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단순한 사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작금의 흐름"이라며 "이 점을 우리가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대한 대처와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 역시 의총에서 "만약 지난 총선에서 불법적으로 1000만원을 썼다고 하면 부정선거로 입건이 돼서 나는 의원직을 박탈당할 것"이라며 "이렇게 많은 불법을 저질렀는데도 새누리당은 '그 댓글 몇 개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겠느냐'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다. 이것은 막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우리도 선거 (결과) 문제에 대해서 이제 심각하게 고민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 '대선 불복성' 발언이 등장하자 새누리당은 발끈했다.

유일호 대변인은 "그런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했다고 한다면 대한민국 국민을 너무 우습게 아는 것"이라며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이고, 그런 말이 '부적절하다'고 표현하는 것조차도 부적절하다"고 비난했다.

유 대변인은 "좋은 말로 지적하자면 '어불성설'이지만 국민들이 일부 세력의 사주와 부정에 의해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다는 것인데 말이 되느냐"며 "그 같은 말에 대한 평을 하기도 부적절하다"고 깎아내렸다.

민주당은 설 의원의 발언이 대선 불복 논란으로 옮겨갈 분위기를 보이자 "설 의원의 발언은 사안의 중대함,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대선불복과 연계시킨 발언이 아니라 투쟁의 강도를 높이자는 취지였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정호준 원내대변인)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대선 불복까지는 아니어도 민주당 내에서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는 언급들이 부쩍 잦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점차 민주당 내 기류가 강경투쟁론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는 이유다.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최근 일련의 사태를 언급한 뒤 지난 대선에 대해 "한마디로 이제는 '신(新) 관권 부정선거'라고 규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이날 "(지난 대선은) 국정원, 군, 국가보훈처가 동원된 총체적인 부정선거"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상임고문 역시 전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18대 대선은 국정원과 군이 개입된 명백한 부정선거"라며 "지금까지 드러나고 있는 증거들이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 정책위의장은 "지금이 어느 시대이고 어떤 국민들인데 부정선거 운운하는지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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