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자" 앞치마 두른 北 아빠…김주애 후계 위한 포석?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 영상 244만 조회…전문가 해석 엇갈려
부패·가족 갈등도 담은 선전물…일반 여성의 현실과는 간극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꽃무늬 앞치마를 두른 아버지가 가족의 밥상을 차린다. 지난해 방영된 북한 드라마 속 이 장면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딸 '주애'의 후계설과 맞물려 다시 관심을 끈 것이다.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화제가 된 영상은 조선중앙TV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의 한 장면이다. 영상 속 중년 남성은 앞치마를 두른 채 밥그릇과 국그릇을 들고 식탁으로 향하며 "밥 먹자"라고 딸을 부른다. 아내는 남편의 등을 두드리며 "수고했어요, 여보"라고 말한다.
지난달 23일 엑스(X·옛 트위터)에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세우기 위해 북한이 남존여비 사상을 바꾸고 여성 인권을 강조할 것이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이후 다른 이용자가 해당 영상을 공유하면서 눈길을 끌었고, 이날 기준 조회 수는 244만 회를 넘어섰다.
'백학벌의 새봄'은 지난해 4~6월 방영된 22부작 드라마다. 낙후된 농장에 부임한 리당 비서가 부패와 관료주의에 맞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당 간부의 비리를 비교적 솔직하게 다루고 젊은 연인들의 로맨스를 담아 인기를 끌었다. 남성이 가사를 맡는 등 기존의 가부장적 가족상에서 벗어난 모습도 보여줬다.
이 장면을 주애의 후계설과 연결하는 해석은 국가정보원이 최근 주애를 사실상 후계자 내정 단계로 평가한 가운데 나왔다. 주애는 외교 무대와 군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활발한 공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중거리미사일 발사 훈련에 참석해 아버지인 김 총비서 옆에서 발사 장면을 지켜봤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대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는 RFA에 북한에서 TV가 중요한 정치 선전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남성의 가사 참여를 보여주는 장면에 여성 후계자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려는 의도가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를 일반 여성 전체의 지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지는 않았다.
반면 레이첼 민영 리 미국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RFA에 남성이 가사를 하는 장면은 2010년대 중반부터 북한 드라마에 등장했다며 "이를 곧바로 주애 후계와 연결 짓는 것은 성급하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속 달라진 가정 풍경과 실제 북한 여성의 삶 사이에도 간극이 있다. 통일연구원이 올해 1월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5'는 여성의 시장 활동이 늘면서 경제력과 가정 내 발언권이 강화됐지만, 성차별적 관념과 남녀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여성의 정치·공적 영역 진출은 제한적이고, 남녀가 맡는 일도 여전히 구분돼 있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생계노동과 가사노동을 함께 떠맡는 이중 부담도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 당국도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강조하면서 가정에서의 역할을 함께 부각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7월 남녀평등권법령 선포 80주년을 맞아 여성의 동등한 권리를 강조했다. 같은 달 김 총비서는 여성동맹 지도부를 만나 자녀를 잘 키우는 '공산주의 어머니'로서 여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리 선임연구원은 김여정·리설주·김주애가 김정은의 가족으로서 특수한 지위에 있다는 점도 짚었다. 북한 지도부는 여전히 남성이 대부분인 만큼, 이들의 부상이 북한 여성 전반의 지위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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