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부 유화 제스처에 '선택적 호응'…아직 '진정한 호응' 아냐
실익 따져 확성기 문제만 '호응'…연락채널 복원 및 민간 접촉은 개선 無
"'남북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서 호응 한계 명확"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북한이 지난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응하기 위해 전방 지역에 설치한 대남 확성기 철거에 나섰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철거에 나선 지 나흘 만의 동향이다.
'상호주의'나 '비례 조치'라는 점에서 북한이 정부의 대북 유화 제스처에 호응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간 북한이 정부의 모든 유화 조치에 호응하진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이 실익을 따져 '선택적 호응'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10일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9일부터 확성기 철거를 진행 중이다. 우리 군이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해 지난 4~5일에 전방 곳곳에 설치한 고정식 대남 확성기를 모두 철거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로 보인다.
북한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지난 6월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을 때도 이에 상응해 대남 소음방송을 멈췄다. 아울러 국정원이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송출하던 대북 방송을 52년 만에 중단하자, 북한도 대북 방송 방해 목적으로 보내던 방해 전파 10개를 중단했다.
우리 측의 조치에 북한이 사나흘 안에 반응한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북한의 호응 조치는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측면이 있다. 북한이 이재명 정부의 조치를 예의주시하며 빠른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일련의 동향이 북한이 정부의 조치에 '호응'하기 위해 나온 것인지에 대해 아직은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지난 2023년 4월 이후 소통을 중단한 남북 간 상시 연락채널인 공동연락사무소 채널과 군 통신선 복원이나 민간 채널을 통한 소통 등에는 전혀 호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6월 말 인천 강화 석모도 해안에서 발견된 북한 주민 시신 인도에 호응하라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해당 주민의 시신은 결국 무연고 화장 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달 28일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이재명 정부도 전임자와 다를 바 없다"라며 '남북 두 국가'라는 자신들의 한반도 정책 기조에 따르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주장하며 여전히 날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접경지역에서의 확성기 방송 문제는 상호 피로도 증가와 일정 수준의 병력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북한도 그간 많은 부담을 느꼈기 때문에 '빠른 호응'이 이뤄질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북한의 반응 방식과 무관하게 일단 '할 수 있는' 대북 유화 제스처는 지속할 방침이다. 최근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주도로 북한이 '북침 전쟁 연습'으로 규정한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 일정도 '조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라 남북관계를 과거의 공식대로 풀어가지 않겠다는 방침을 유지하는 한 '선택적 호응' 이상의 반응을 보이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을 정도의 조처만 취하고 있다"며 "적대적 두 국가 기조가 바뀌어야 연락채널도 복원되고 물밑 접촉도 이뤄지는 등 다른 대응이 가능한데 현 상황에서는 북한의 호응에도 한계가 명확하다"라고 짚었다.
임 교수는 "북한은 당장은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등 내부 사안에 몰두해야 하는 시점이고, 북미관계도 불확실해 현재는 제한적이고 선택적인 호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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